"CVC 규제 완화로 벤처 활성화, 기업집단 사후 제재로 전환해야"
한경협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정책과제' 보고서 발표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기업이 클수록 페널티를 무더기로 부과하는 '한국식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기업이 규제 족쇄에 발목이 잡혀 투자를 꺼리거나, 유망한 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길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을 완화하려면 기업의 성장사다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관훈 선문대 교수(중견기업학회장)는 24일 발표한 '기업의 성장사다리 구축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의 성장을 위한 5가지 정책과제로 △자본조달 유연화 △기업 규제의 사후적·내부통제 전환 △성장 유인 강화 △지주사 주식교부제 도입 △보수제도 개선 및 장기주주 우대 강화 5가지를 제언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경제인협회 의뢰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먼저 "초기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1조 원)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벤처투자의 활성화를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VC는 기업이 전략적 목적으로 독립적인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보유하는 벤처캐피탈이다.
CVC 투자는 투자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외부자금 유치 한도(40%), 해외투자 한도(20%) 등 현행 CVC 관련 규제가 벤처투자 활성화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CVC에 대한 외부 출자 한도를 기존 40%에서 50%로 상향하고, 해외투자 한도는 20%에서 30%로 높이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CVC 규모 확대나 활성화 측면에서 개정안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기업집단 규제 방식을 '사전 규제'에서 '사후적·내부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현행 기업집단 관련 제도는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기업집단의 자산규모가 커지게 되면 '공시대상 기업집단' 또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내부거래, 출자, 채무보증 등 다양한 경영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성장할수록 인센티브보다는 페널티가 강화되는 현 제도하에서는 기업의 성장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그룹 경영'의 시너지에 방점을 두고 기업집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1950년대에 지주회사 규제 폐지 후 기업집단 규제를 독점금지법에서 회사법으로 전환해왔고, 2014년에는 모회사 이사에게 그룹 전체의 '내부 통제시스템' 구축·관리 의무를 부과했다.
보고서는 "우리도 기업집단을 사전 규제하는 대신 위법행위를 사후 제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일본과 같이 '내부 통제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 투자 지속 기업에 대해 중견기업 6년 차 이후에도 세액공제 혜택 제공 △고용 증대 세제혜택 유예기간 점진적 적용·확대 △신사업 진출 활성화를 위한 지주사 주식교부제도 도입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교부를 위한 무상신주발행 허용 및 자사주 취득 예외 규정 신설 등을 제언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 과정마다 규제가 누적돼 기업이 도전에 따른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이제는 규모 중심의 계단식 규제를 지양하고, 성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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