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상법 개정 후폭풍…기업들 "대책 없다" 우왕좌왕
원청·하청 교섭 확대·경영 판단도 파업 사유…현장 혼란
집중투표제 의무화…경영권 분쟁·외국계 자본 개입 우려
- 박기범 기자, 양새롬 기자,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양새롬 최동현 기자
"대책이요? 없습니다. 정부 가이드라인 기다리고 있고 유예기간에 판례가 쌓이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책을 묻는 말에 돌아온 답변이다. 대기업도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소기업 역시 대책을 세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2차 상법 개정안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골치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경영권 방어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분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2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노무 리스크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단기적 대응책을 내놓긴 어렵다"며 "유예기간 정부 가이드라인과 판례가 쌓이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 교섭을 가능하게 하고,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하청 노동자가 원청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며, 구조조정이나 공장 해외 이전 같은 경영상 판단도 파업 사유가 된다.
주요 대기업, 특히 수천 개 협력사와 얽힌 자동차·조선·건설업계가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 일 년 내내 교섭만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벌써 위력 행사를 시작하며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날 현대제철에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현대제철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5일 파업권을 획득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HD현대중공업·한화오션(042660) 등 조선 3사를 포함한 8개 사업장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지난달 이미 공동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법 조항이 모호해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해지고 있다. 사용자 개념, 노동쟁의 대상, 창구 단일화 절차가 모두 시행령에 위임된 상태여서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판례 축적이 불가피하다. 6개월의 유예기간에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기업들은 6개월 후 노란봉투법이 시행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리스크, 협력사와의 거래 관계 등을 뽑아 검토 중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 부분은 (재계가) 여전히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2차 상법 개정안 역시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야 하고, 감사위원은 2명 이상을 분리 선출해야 한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의결 후 공포되며, 공포 1년 후부터 시행된다.
경제계는 이번 개정으로 소액주주와 외국계 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18년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미국계 펀드 엘리엇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했으나 결국 무산된 사례가 있다.
업계의 대응은 이번에도 신중 모드다. 한 인사는 "상법 개정안의 경우 노란봉투법과 달리 지배구조와 관련돼 지금 단계에서 더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법이 시행된 이후 어떻게 흘러가는지 봐야 한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 제고 등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높고 경영이 힘든 상황에서 또 다른 고민거리를 준 것"이라며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의 개입 가능성이 커졌다"며 "소액주주 설명 강화와 의사결정 지연 우려에 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는 경제 8단체를 중심으로 "투기자본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기준에 맞는 경영권 방어 장치가 시급하다"며 보완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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