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로빈슨 교수 "APEC 정신, 보호주의 극복할 대안"
PECC 총회 특별 대담…"APEC, EU보다 더 적합한 다자주의 플랫폼"
한경협·KIEP, APEC 정상회의 앞두고 PECC 총회…'여의도 선언문' 발표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는 12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해 "유럽연합(EU)보다 더 적합한 다자주의 플랫폼"이라며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보호주의 흐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로빈슨 교수는 이날 한국경인협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공동 주최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서 "APEC의 '열린 지역주의'는 자발성, 개방성, 비구속성, 합의 기반 협력에 원칙을 두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 사이먼 존슨 교수와 함께 제도(institution)와 경제성장 간의 관계를 분석한 제도경제학의 권위자로, 사회적 제도가 국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로빈슨 교수는 현 국제정세에 대해 "다자주의의 쇠퇴와 보호주의 강화 등 '닫힌 지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 보호주의 기조가 빨라진 것에 대해 "기존 제도가 모든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APEC이 '국가'(country) 대신 '경제체'(economies) 개념을 사용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더 유연한 정체성이 필요한 시대에 APEC의 접근법이 새로운 '글로벌 아키텍처'(국제 체제) 구축을 구상하는데 EU보다 더 적합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선 "휴대전화, 선박, 자동차뿐만 아니라 K-팝, 오징어게임, K-뷰티까지 경제적·문화적으로 놀랍도록 창조적인 사회"라며 "APEC 내에서 다양한 대화와 협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PECC는 정부, 기업,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경제협력체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제시하는 APEC의 싱크탱크이자 공식 옵서버다. 한경협과 KIEP는 PECC의 한국위원회인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의 공동 의장 기관을 맡아 이번 총회를 주관했다.
올해 총회는 20년 만에 한국이 APEC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에서 열렸으며, 아태지역 전문가 300여명이 참석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최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포함한 글로벌 통상환경 동향, 역내 협력 강화를 위한 한국의 역할을 소개했다.
이어 △글로벌 통상 환경 및 세계 경제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한 번영의 실현△아태지역 협력을 위한 향후 과제 4가지를 주제로 세션이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에선 로빈 하딩 파이낸셜 타임즈 아시아 담당 편집장이, 두 번째 세션에선 AI 윤리 및 안전 거버넌스 분야 전문가인 아투사 카시르자데 카네기멜론대학교 교수가, 세 번째 세션에선 차이팡 중국사회과학원 전임 부원장이 인구구조 변화를 주제로 각각 기조연설에 나섰다.
네 번째 세션은 나롱차이 아크라사니 태국 PECC 회장이 좌장을 맡아 아태 지역 협력의 미래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서는 전반적인 다자협력 기조가 약화한 가운데 현재 APEC 협력 모델이 갖는 한계와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역내 미래인재 간 교류 확대 전략도 논의됐다.
한편 이번 총회에선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청년 프로그램을 'KOPEC 유스 앰서서더'라는 이름으로 5년 만에 재개했다. 국제협력에 높은 관심과 열정을 가진 국내 대학생 20명이 선발돼 사전 교육과 준비 과정을 거쳐 총회에 참가했다.
이번 총회 결화물은 '여의도 선언문'으로 정리해 오는 10월 APEC 정상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다. 선언문에는 △AI 활용 방향성 정립과 회원 경제체 역량 강화 △포용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무역 패러다임의 모색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전략에 대한 내용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dongchoi8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