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2% 불과…팹리스 스타트업 육성 필수적"

무협 보고서…점유율 미국 72%, 대만 8%, 일본 5% 등
"창구 단순화·툴 라이선스 제원·기술 평가 자문 등 지원"

한국무역협회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이 경쟁국에 한참 뒤처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도체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메모리 중심에서 벗어나 팹리스 스타트업을 육성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0일 발표한 '팹리스 스타트업 활성화 및 수출 연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 수준에 머물렀다.

72%의 미국, 8%의 대만, 5%의 일본 등과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중국 역시 3%로 한국을 앞질렀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 역시 60% 이상이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품목별 비중은 메모리 62.2%, 시스템 33.7%다.

메모리 반도체 일변의 산업구조를 해소하고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복안으로 팹리스 스타트업 육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 확대로 맞춤형 설계에 특화된 팹리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1600여 개의 팹리스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하게 성장하는 중이다.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의 경우 설계 기술 측면에서는 높은 잠재력을 평가받고 있다.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의 42.6%가 특허를 최소 1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이스라엘(68.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팹리스 관련 국내 생태계는 허약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전 세계 팹리스 스타트업 가운데 한국 기업 비중은 3.8%다. 중국(35.5%)과 미국(20.2%)에 크게 뒤처진 것이다.

또한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의 약 95%가 아직 초기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어 본격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허 등록은 활발했지만 상용 제품 개발이나 수출 실적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 않은 셈이다.

무협은 격차의 핵심 원인으로 산업 기반의 부족을 꼽았다. 무형자산 중심의 사업 구조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 투자·생산·평가를 잇는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나 핵심 설계자산(IP)은 물론이고 파운드리를 통한 위탁 생산도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했다.

팹리스 스타트업 활성화 및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 기반 조성과 수출지원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무협은 제언했다. 산업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예산 창구 단순화 및 반도체 펀드 팹리스 쿼터 확보, △IP·EDA(반도체 회로 설계 소프트웨어) 툴 라이선스 지원 △팹리스 기술가치 평가 자문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수출 행정 부담 축소와 지원 확대를 위해 △자율준수무역거래자 요건 완화 △간접수출 인증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국내 팹리스·파운드리 간 연계를 강화해 국내 제조 기반 및 수출 경쟁력을 활성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슬비 무협 연구원은 "기술적 잠재력이 충분한 우리나라 팹리스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선 정부가 앞서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장기적으로는 민간 주도로 자율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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