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대로 주는 게 차별인가"…'최저임금 차등적용' 숙원 이룰까
내년 최저임금 협상 놓고 '차등적용' 또 갈등…이르면 오늘 표결
"업종별 노동생산성 최대 6배…최저임금 못 주는 업종만이라도"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할지 여부가 이르면 19일 판가름 난다.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에 진입했지만, 업종별 지급 여력과 노동자의 생산성 격차도 사상 최대치로 벌어진 상태다. 경영계는 "올해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며 차등적용 관철을 벼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적용되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재논의한다. 앞서 5차 회의에서 격론 끝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만큼, 이날 표결에서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통상 최저임금 심의는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논의한 뒤, 인상 폭을 다루는 순서로 진행된다. 경영계는 해마다 "일률 적용을 구분 적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노동계의 완강한 반대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최임위에서도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차등적용이 무산됐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관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도래한 만큼, 경영계는 그간 대외에 공개되지 않았던 통계 수치까지 준비하며 각오를 다지는 분위기다. 근로자마다 창출하는 부가가치(노동생산성)가 엄연히 다르고, 업종별로 임금 지급 여력도 천차만별인데 임금을 '일률 지급'하는 것은 오히려 공정사회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발표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는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며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 △최저임금 미만율을 근거로 제시했다.
경영계는 먼저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근로자의 능력(성과)에 맞게 차등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최근 '직무수당'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직무별 업무 강도에 따라 수당을 더 주거나 덜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경총이 공개한 '2024년 업종별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 통계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는 2811만 원인 반면, '금융·보험업' 근로자의 1인당 부가가치는 1억8169만 원으로 6.5배 차이가 났다. 두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6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 임금도 그에 맞게 지급하는 것이 옳다는 게 경영계의 논리다.
법정 최저임금조차 감당하기 힘든 업종이 태반이라는 점도 경영계가 차등 적용을 외치는 주요 근거다. 자영업자 부채와 폐업률이 사상 최고치로 솟은 마당에, 경영 악화로 최저임금을 주지 못해 자영업자들이 범법자로 내몰리는 비극까지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9860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은 숙박·음식점업 33.9%, 농림어업 32.8%, 협회·기타서비스업 22.8%, 보건·사회복지업 21.4% 순이었다. 전 업종 평균은 12.5%였는데 조사 대상(21개) 중 절반인 9개 업종이 평균치를 상회하는 미만율을 보였다.
주요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최저임금 차등적용제를 채택하고 있다. OECD 26개국 중 21개국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최저임금에 차등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위스는 농업 및 화훼업에 대해 일반 최저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주고,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개국은 청소년이나 고령자 등 연령별 노동생산성까지 고려한 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상우 경총 본부장은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 최저임금 미만율만 보더라도 업종 간 격차가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모든 업종이 어려운 위기 상황에 처해 있지만, 현 수준의 최저임금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입증된 업종부터라도 구분 적용을 허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편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차별의 제도화'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어 경영계의 주장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4.7% 높인 1만1500원으로 올리고 '일률 적용' 방식도 유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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