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실용외교' 터 닦자"…경영계 美·EU 통상 아웃리치 급물살
李 대통령, G7서 트럼프 첫 대면…'실용외교' 시험대
"성공적 정상외교 지원하자"…한경협·암참 美, 무협 EU 아웃리치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경제계가 한발 먼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으로 날아가 통상 현안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아웃리치' 활동으로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토대를 닦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15~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첫 무대로 본격적인 정상 외교에 나선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1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 구장에서 열린 '미 의회 자선 야구대회'에 참석해 미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한국 기업의 대미(對美) 투자 성과를 설명하고 조선·에너지 등 한미 유망 협력 분야 경쟁력을 소개하는 '코리아 세일즈'에 나섰다.
미 의회 자선 야구대회는 상·하원 의원이 직접 선수로 참여하는 의회 전통의 연례 자선경기로 1909년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행사다. 이날 공식 리셉션에는 텍사스와 조지아, 테네시, 인디애나, 아이오와 등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을 포함해 25개 주 상·하원 의원 69명이 참석했다.
한경협은 후원기관으로 참여해 △전광판 홍보영상 상영 △대미 투자 전단지 배부 △외야석 배너 설치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쳤다. 한경협의 홍보 영상 및 자료에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 1기 이후 우리 기업들이 1600억 달러(약 218조 원) 이상을 투자해 약 83만 개의 현지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을 찾아 백악관·국무부·의회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는 '연례 도어녹'(Doorknock)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미국을 방문한 첫 민간 경제사절단으로, 암참 대표단에는 현대자동차·포스코 등 글로벌 기업 고위급 인사 20명이 참여했다.
암참의 '워싱턴 도어녹'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 산업별 현안을 공유하고 양국의 경제 협력 과제를 논의하는 민간 외교 행사다. 대표단은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협력 확대, 공급망 안정화, 무역 및 투자 환경 개선 방안을 주제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은 지난 6~10일 벨기에를 방문해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한국 기업이 EU 역내 기업과 동등한 수준의 통상 및 환경규제 대우를 받을 것을 요청하는 등 대(對) EU 통상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무협은 현지에서 개최한 '한-EU 네트워킹 데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의 양사 소통을 시사한 마리아 마르틴 프라트 EU 집행위원회 통상총국 부총국장의 발언을 끌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경제계가 동시다발적으로 '통상 아웃리치'에 나선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를 외곽 지원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 정상외교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발발 이후 반년째 중단된 상태다. 미국발(發) 상호관세 협상 시한(7월8일)이 한 달 앞으로 임박한 시점에 한미 정상회담이 예상되는 만큼, 성공적인 빅딜 외교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대통령은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대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이 마주 앉는 양자 회담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만남 자리부터 관세·방위비 분담금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표명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초청한 만큼, G7 정상회의에 이어 조만간 공식적인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할 전망이다. 첨예한 미중 갈등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줄타기 외교' 과제를 안은 이재명 대통령은 외교부 1·2차관 모두 북미통으로 발탁하고, 트럼프 1기 당시에도 한미 협상을 주도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재기용하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새 정부 출범으로 상호 관세 등 미국과의 협상이 본격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미국 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현지 홍보 활동을 추진했다"며 이재명 정부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도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이뤄지는 이번 방문은 미국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한국 내 미국 기업들의 입장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매우 시의적절한 기회"라며 "반도체, AI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양국 간 협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만큼, 민간 부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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