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투자부담까지…SK 계열사들 "돈줄 찾아라"
SK온 이어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도 증자 및 채권발행
경기 침체 속 투자유치로 재무구조 개선…미래 투자도 지속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SK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자금조달에 나섰다. SK온을 시작으로 SK하이닉스(000660)와 SK이노베이션(096770)까지 올해 잇달아 증자와 채권발행을 진행했다.
반도체 한파와 유가 하락 등으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팹과 배터리 설비 등 투자할 곳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침체 상황 속 투자자금 유치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약 1조18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발행 규모는 819만주(증자비율 8.7%)이며, 예정 발행가액은 1주당 14만3800원이다.
앞서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사업 확장 등 투자,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SK이노베이션은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시설자금으로 4185억원을, 채무상환으로 3500억원을 사용한다. 4092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서한을 통해 "유상증자 외에도 자산 효율화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도 자금 마련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를 통한 2조원을 시작으로 △한투 PE-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 프리 IPO 1조2000억원 △유로본드 발행 1조2000억원 △장기차입 2조원 △MBK컨소시엄과 SNB캐피탈 프리 IPO 1조1100억원 △싱가포르계 투자자 프리 IPO 5100억원 등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8조원을 훌쩍 웃도는 액수다.
여기에 SK온과 포드자동차의 전기차 배터리 미국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도 미국 정부로부터 92억달러(약 11조8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받게 됐다.
'반도체 한파'에 SK하이닉스 역시 운영자금 조달에 나섰다. 올해 초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연계채권(SLB)에 이어 2조2377억원에 달하는 교환사채(EB)까지 발행한다.
SK계열사들이 줄줄이 자금조달에 나선 것은 금고 상황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만 하더라도 올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이 4조8949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17조2761억원에 달한다.
연구개발비와 설비투자 비용까지 고려하면 현금이 바닥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설비투자로 약 20조원을 썼다. 비용 절감을 위해 올해 50% 이상 줄이겠다고 선언했지만, 투자를 미루기도 쉽지 않다.
SK이노베이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 1분기(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이 11조2343억원이지만, 유동부채는 30조1773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업황 침체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3조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은 3750억원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2분기 실적도 우려된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조538억원 적자이며, SK이노베이션은 5137억원 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94% 줄어들 전망이다.
자칫하다가는 신용 위기까지 올 수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SK그룹의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경기 침체가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악화로 SK 주력 계열사들이 적자를 낸 상황"이라며 "재무구조가 더 악화하기 전에 자금조달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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