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광고 좀 하겠다'던 이건희…유독 슬퍼한 이부진·이서현
[이건희 별세]삼성家, 딸들에게도 동등한 경영참여 기회 부여
여성 차별 금지 경영에도 그대로 투여, 인사·복지 과감한 개혁
- 류정민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8일 엄수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에서는 고인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유독 힘들어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부진 사장은 녹초가 되다시피 해 모친 홍라희 여사의 부축을 받으며 영결식장에 입장했고, 장지로 향할 때는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의지해 버스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은 평소 딸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2010)에서 이건희 회장은 두 딸의 손을 꼭 붙잡고 전시장을 찾았다.
당시 취재진이 딸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이유를 묻자, 이건희 회장은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습니다"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이 회장은 다소 불편한 발걸음을 오른편의 이부진 사장, 왼편의 이서현 이사장에 의지도 해가며 1시간가량 전 세계 IT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두 딸과 살펴봤다.
삼성은 여느 한국 기업들과 달리 딸들의 경영 참여에 큰 차별을 두지 않는다. 선대인 이병철 회장도 장녀인 이인희 한솔 고문과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딸들에게 경영 참여의 기회를 줬다. 이건희 회장도 마찬가지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에게 경영에 참여케 했다.
딸을 크게 차별하지 않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은 회사 경영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삼성은 1992년 4월 여성전문직제를 도입하고 1차로 비서전문직 50명을 공개 채용해 전문지식과 우수한 자질을 보유한 여성인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에도 소프트웨어직군에서 100명의 우수 여성인력을 공채하는 등 여성 전문직제를 확대했다.
신경영 이후에는 1993년 하반기 대졸사원 공채에서 여성 전문인력 500명을 선발한 것을 시작으로 대규모 여성인력 채용을 본격화했다.
1995년에는 최초로 여성 지역전문가 5명을 선발해 파견한 후 더욱 확대해 나갔고, 외국어 생활관이나 해외 어학연수 등 장단기 어학연수 기회도 여성에게 똑같이 보장했다. 이건희 회장은 기혼 여성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 서울과 전국 주요 사업장에 기혼 여성을 위한 어린이집도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우리 사회와 기업이 여성이 지닌 잠재력을 잘 활용한다면 훨씬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며 "뿌리 깊은 여성 차별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실제 삼성의 인사 및 복지제도 개혁을 과감하게 실천했다"고 말했다.
ryupd01@new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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