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백년대계 구상"…제2고향서 대우 왕국 세웠던 김우중
"베트남 여러분야 진출해 한국과 교류 초석"
-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지난 9일 별세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일찍부터 베트남의 가치를 알아보고 대규모 투자를 지속했다. 전자부터 금융업까지 베트남 곳곳에 진출해 한국과 베트남간 교류의 초석도 닦았다. 베트남을 제2 고향처럼 여긴 김 전 회장은 은퇴 이후에도 베트남에 머물면서 인재 양성을 위한 활동도 이어갔다. 베트남에서도 김우중 전 회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은행 호찌민 초대 지점장과 금호타이어 사장을 지낸 베트남 전문가 한용성 케이프투자증권 고문은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해 "타 종합상사가 개척치 못한 저개발 국가에서 백년대계의 구상으로 사업을 벌이신 분"이라며 "종합상사가 돈만을 버는 목적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저개발 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를 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은 시장개방과 해외자본 유치를 내걸고 1987년 도이모이(DOI MOI·새롭게 바꾼다)를 천명했지만 해외기업들이 공산주의 체제에 대해 불신을 나타내며 성과를 보지 못했다. 1989년 김 전 회장은 15억달러라는 통큰 투자를 결정했고 대우버스, 대우호텔, 대우전자, 대우은행 등 베트남 곳곳에 대우 브랜드를 걸며 '대우 왕국'을 세웠다. 김우중 전 회장은 베트남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불렀다.
한 고문은 "김우중 전 회장은 산업의 불모지인 베트남에 전자, 자동차, 호텔 등 여러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함으로써 현재의 한국과의 교류에 초석을 쌓은 분"이라며 "대우 사태 이후에도 베트남 정부의 인맥을 활용해 한국기업의 베트남 진출에 도움을 주신 분으로 이곳에서도 고인의 타계를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전직 대우인들과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글로벌 청년 사업가 양성 사업)을 만들었다. GYBM은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한뒤 동남아시아 현지로 파견해 연수와 현지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전 회장은 2011년 베트남에서 첫 연수생 선발을 시작했다.
한 고문은 "김우중 전 회장은 최근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선발해 청년사관학교에서 교육을 시켰다"며 "인재들을 베트남에 최적화시켜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공급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우중 전 회장은 만 30세인 1967년 대우를 설립한 후 1999년 그룹 해체 직전까지 자산규모 기준으로 현대에 이어 국내 2위 기업을 일군 대표적인 1세대 기업인이다.
대우그룹은 1990년대 '세계경영'을 기치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함께 유동성 위기를 맞은 후 1999년 8월 채권단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간 뒤 해체됐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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