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땐 임금동결 BMW "기업이 살아야 고용유지"
[노동개혁 골든타임①-1] BMW 수요상황에 따라 근로시간 탄력적 운영
근로시간 계좌제도 및 임시직 활용, 감독위원회 등 노사 공동목표 만들어
- 최명용 기자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기업이 살아야 안정적인 고용이 가능하지 않겠나?"
독일 BMW 인사담당 임원들에게 한국 노사관계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BMW는 한마디로 "기업이 살아야 고용도 안정된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성장이란 공동의 목표에 회사와 노조가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로 양보할 땐 양보하고, 얻을 땐 얻는다.
독일의 노조는 강성으로 유명했다. BMW 노조도 강성 노조로 유명한 독일의 산별노조에 가입돼 있다. 회사 경영위원회, 감독위원회에 참여할 정도로 입김이 강하다.
하지만 무작정 요구만 하지 않는다. 위기상황에선 자발적인 임금동결에도 나서고 탄력적 근로시간도 도입했다. 일한 만큼 받아가는 합리적인 근로시간 제도도 운영한다.
BMW는 지난해 804억유로(약 10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매출 760억유로에 비해 5.7% 늘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91억유로로 전년대비 14.3%나 늘었다. 그리스 등 유럽경제에 대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지만 BMW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에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수입차 브랜드이기도 하다. BMW가 잘나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위기상황을 극복한 '협력적' 노사관계에 있다.
BMW그룹은 1959년이 최악의 경영위기라고 손꼽는다. 항공기 엔진 회사였던 BMW는 2차세계대전 이후 3년간 생산 중지 명령을 받는다. 독일군에 군수 물자를 납품했다는 이유로 연합군이 생산을 중단시켰다. 생산 재개 뒤 1950년부터 럭셔리 세단 501과 502를 출시했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1959년엔 파산 위기까지 내몰렸다.
BMW는 당시 주요 주주 중 하나인 헤르베르트 콴트가 자금을 수혈하며 가까스로 살아났다. 이 과정에서 BMW 노조도 적극적으로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 BMW 노조는 1959년 겨울 스스로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BMW는 1959년 경영위기 이후 노사가 각자의 이익보다 회사 공동의 이익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BMW그룹은 장기적인 일자리 보장을 주요 인사 정책으로 꼽고 있다. 대신 노조는 고용 유연성 확보를 위해 임시직 활용과 탄력적 근무시간에 합의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근무시간 계좌제도다. BMW 근무시간계좌제도는 근무시간과 보수를 분리시키는 제도이다.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정해진 보수를 받아 안정성을 확보하고 회사는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줄인다.
예를 들어 수요가 감소해 일감이 줄면 근무시간을 줄인다. 대신 수입은 그대로 유지하고 근로시간계좌엔 마이너스 잔고를 쌓는다. 발주가 다시 늘면 근로시간이 늘어나고 근로시간 마이너스 잔고를 메우게 된다. 마이너스 잔고를 채우는 초과 근무엔 추가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다. 마이너스를 넘어 추가로 근로시간을 늘려도 통상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초과 근무가 발생해야 보수가 제공된다.
BMW는 1996년부터 근무시간 계좌제도를 도입했다. 독일에서 근무하는 총 8만4000명의 근로자 중 약 7만2000여명이 근무시간 계좌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BMW는 2008~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한 결정적 '제도'가 근무시간 계좌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BMW는 2013년 유연한 인재 수용력을 위한 업무 계약으로 생산 수요에 따라 인력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BMW는 유연한 고용 유지엔 임시직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임시직 활용을 통해 수요에 따라 인력 수급을 자유롭게 하고 대신 장기적인 고용 보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신 BMW그룹은 인력채용 과정에서 그룹내 일자리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노조에겐 회사 경영 상황을 점검하고 고민할 수 있는 문호를 열었다.
BMW는 경제위원회를 통해 노조의 경영 참여를 허용한다. 인사 등에 노조가 관여해 안정적인 고용 원칙을 준수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BMW는 직원 대표가 인사 운영에 큰 변화가 있을 때 포괄적으로 관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슈퍼바이저리보드도 운영한다. 감독위원회로 불리는 슈퍼바이저리보드는 이사회를 감독하는 기구로 노조와 주주들이 참여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감독위원회는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이사회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감시하는 업무를 맡는다.
BMW는 "노사관계의 핵심은 양측이 공통의 목표를 지닌 파트너로 이해하는 것이다"며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양측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목표를 통해 장기적으로 회사의 미래와 성공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일자리와 높은 수준의 급여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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