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병자' 독일, 노동개혁 성공한 비결은?

[노동개혁 골든타임]① 독일, 하르츠 개혁으로 청년실업 줄이고 성장이뤄

편집자주 ...2015년 경제계 최대 화두는 노사관계 개혁이다. 노사관계는 한두가지 제도나 정책만으로 변화되지 않는다. 한가지 사안은 또다른 문제를 낳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조정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이다. 노동시장을 바꿀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뉴스1은 선진국들의 노동개혁 사례를 짚어봤다. 또 전문가들을 통해 한국 노동시장을 진단하고 개혁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AFP=News1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유럽의 병자에서 건강한 여인으로..."

독일의 경제 체질 변화를 말할 때 드는 비유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독일은 경기침체로 '병자'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 독일은 유럽을 이끄는 사실상 유일한 주도국이 됐다. 여성인 메르켈 총리가 이끈다는 점에서 '건강한 여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독일의 체질 변화에 가장 큰 '터닝포인트'는 노동시장 개혁이 손꼽힌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이끈 '하르츠 개혁'을 필두로 한 노동개혁은 오늘날 독일을 만든 원동력이다.

독일 노동 시장은 어느 나라보다 경직된 문화로 유명했다. 여전히 노동조합의 입김과 파워가 강하다. 하르츠 개혁은 이같은 경직된 노동 시장에 유연성을 가져왔다. 꾸준한 설득과 노사간 합의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노력도 병행했다.

물론 반발도 많았고 빈부의 격차 등 또 다른 이슈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경제 체력이 강화됐고 유럽 재정위기 과정에서도 독일 경제는 흔들림이 없었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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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직 확대하고 유연성 늘린 '하르츠 개혁'

독일은 1990년 중반을 기점으로 경기침체를 겪었다. 1990년 통일 이후 관련 비용부담에 사회보장 비용 지출이 커졌기 때문이다. 1990년부터 1994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은 2.8%였으나 1995~1999년 평균 성장률은 1.7%, 2000년~2004년 성장률은 1.0%까지 추락했다. 유럽연합(EU) 평균성장률이나 글로벌 경제성장률보다 낮았다. 실업률도 2005년 11.3%까지 치솟았고 무엇보다 청년 노동시장이 급격히 악화됐다.

극적인 반전을 보인 것은 2003년과 2005년에 나온 하르츠 개혁이다. 하르츠플랜 1, 하르프츠플랜 2로 불리는 노동시장 개혁 프로그램은 슈뢰더 전 총리가 폭스바겐 출신 피터 하르츠 이사를 개혁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해 만든 노동개혁 프로그램이다. 좌파 정부로 불렸던 슈뢰더 총리가 가장 자본주의적인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을 불러 노사개혁 방안을 주문한 점도 놀랍고 각종 반대에 부딪쳐도 이를 끝까지 관철시킨 '뚝심'도 대단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최근 한국에서 가진 강연에서 "개혁을 한다고 할 때 추상적으론 누구나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안에서 손해를 본다면 저항이 있다"며 "하르츠 개혁에 대해서도 반대가 많았고 시위도 많았지만 진정한 정치가라면 권력을 잃을지라도 필요한 일을 관철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르츠개혁의 효과는 오랜시간이 걸린 뒤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도 논란거리인 사안들도 많다"며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하르츠개혁의 효과를 현 메르켈 총리가 누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하르츠 개혁의 골자는 임시직 확대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다. 월 400유로의 미니잡, 월 800유로의 미니잡을 만들고 조기 퇴직 고령 근로자를 시간제 근무로 전환하거나 청년 실업자를 시간제 근무로 채용하는 등 실업 축소 노력을 병행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독일 노동 시장도 경직성이 강해 정규직 고용 보호를 완화하는 정책을 펴기 어려웠다"며 "대신 임시직 일자리를 확대해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는 근로자를 방지하고 노동 시장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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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입지 좋은 곳 만들자...임금동결에도 노사합의

하르츠개혁과 함께 독일 노사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에도 나섰다. 독일에선 당시 생산 입지 논쟁이 벌어졌다. 전세계가 기업활동에 유리한 지역으로 산업시설이 이동하는 만큼 독일을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쟁이다.

계속된 논쟁과 협의 끝에 노조는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사용자는 고용을 보장하는 합의가 생겼다. 현재 가장 생산성이 뛰어난 독일 제조업체들의 대부분이 당시 이같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독일 벤츠 공장은 2004년 7월 노사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을 주당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리고 2012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을 합의했다. 지멘스도 고용 시간 증대에 합의했고 폭스바겐과 금속노조는 2004년 11월 근로자 평균임금을 28개월간 동결키로 합의하는 대신 근로자 10만3000명의 고용을 보장받는 합의를 이뤘다.

하르츠 개혁과 노사합의 등이 이뤄지면서 독일의 경제회복은 점차 가시화됐다. 2003년 64.5% 수준이던 고용률은 2014년 73.8%까지 상승했다. 실업률은 2005년 11.3%를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4년 5.4%까지 내려왔다. 청년 실업률은 2005년 15.2%에서 2013년 7.9%까지 내려왔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은 2.0%로 EU 전체 평균 0.8%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과거 20년간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가 하르쯔개혁 등 독일의 노동 시장 개혁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News1

◇슈뢰더 전 총리 "선거에 질 각오로 개혁해야"

하르쯔개혁을 비롯해 독일의 노동시장 개혁은 여전히 논쟁 꺼리다. 하르쯔개혁 도입 당시에도 비판을 받았고 소득불평등 심화란 비판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가정주부나 조기 은퇴자를 중심으로 한 '미니잡'은 월 400유로, 800유로 수준의 급여를 받기 때문에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슈뢰더 전 총리는 "정치가 입장에선 큰 시위가 일어나면 두려움이 생기고 개혁에 대해 한발짝 물러서게 되는데 진정한 정치가라면 권력을 잃을지라도 필요한 일을 관철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며 "개혁을 한다는 것은 미래의 과제이고 미래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만큼 미래에도 부를 창출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양규 실장은 "독일의 노동개혁은 다양한 노동 형태를 활성화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시키는 것이 핵심이다"며 "정규직 고용 보호완화가 어려웠던 만큼 임시직 활용 확대를 중심으로 노동 시장을 개혁한 것처럼 한국도 근본적으로 정규직 과보호를 완화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해 저임금이 아닌 유연성 때문에 비정규직을 선호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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