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화장품 사러 갔다 '대기만 30분'…이름값 못하는 '샤넬'
샤넬 화장품 영업 매장, 고객 몰려 대기 시간 증가
샤넬코리아 "노조와 이견 매우 유감…협의 노력 지속할 것"
- 신민경 기자
(서울=뉴스1) 신민경 기자 = "왜 이렇게 느려요. 빨리 좀 주세요."
지난 2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화장품 매장 앞. 줄을 선 고객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연신 사과하는 직원들과 시간을 보며 조급해 하는 고객들 간 신경전이 매장 방문 30분이 지나도록 이어졌다.
샤넬코리아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합당한 임금과 휴일 수당 지급을 사측이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휴일에도 일을 하고 있는데 사전 합의도 없이 합당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성폭력 예방 대응 체계도 요구하고 있다. 샤넬코리아 40대 간부가 10년 넘게 여성 직원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간부는 지난 6월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임원이 검찰에 송치됐다. 그럼에도 사측은 실효성 있는 성폭력 예방 체제를 수립하지 않았다고 노조는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전국 85개 샤넬 화장품 매장 중 61개가 문을 닫았다. 샤넬코리아 노조원은 전체 샤넬 화장품 근로자 480여명 가운데 약 390명에 달한다.
문을 연 핵심 점포 24곳에 90여명 일부 직원들만 남아 고객 응대에 투입되고 있다. 이날 오후 이곳 샤넬 매장 영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3~4명 직원들로 수월한 고객 응대가 가능한 타 매장과 달리 샤넬 매장 직원은 1~2명으로 많은 고객들을 커버하기에 벅찬 모습이었다.
매장을 찾은 40대 남성 고객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내를 위해 점심시간 틈을 내 매장에 들렀지만 평소와 달리 대기 고객이 많아 당혹스럽다"며 "평소와 다른 매장 상황에 예정된 시간을 넘길지 조급한 마음"이라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립스틱 구매를 위해 매장을 방문한 50대 주부 고객은 "파업 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 몰랐다"며 “파업이 계속될 경우 매장을 찾는 고객 불편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했다.
매장 운영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설명하기 위해 매장 직원의 분주함도 계속됐다. 대기 중인 한 남성 고객은 "왜 이렇게 대기가 긴 것이냐" 항의하자 매장 직원은 "임금 협상 문제로 파업이 시작돼 영업을 하지 않는 매장이 늘자 고객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고 연신 양해를 구했다.
실제 지난 17일 시작된 샤넬코리아 노조 파업으로 샤넬 화장품은 일부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어 고객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샤넬코리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강남점 △동탄점 △소공점 △잠실점 △월드타워점 △샤넬 뷰티 스튜디오 롯데월드몰점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광주점 △대전점 △동대구점 △본점 △센텀시티점 △타임스퀘어점이,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대구점 △무역센터점 △압구정점 등만 정상 영업하고 있다.
노조 파업으로 정상 운영 매장 직원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점 샤넬 화장품 매장 직원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매장 방문 고객이 늘어나는 성수기 파업이 시작됐다"며 "휴점 매장의 고객이 정상 운영 매장으로 몰려 업무 증대로 인한 서비스 및 응대 질 저하로 고객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샤넬코리아 측은 원만한 협상으로 빠른 시일 내 파업을 끝내 고객 불편을 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샤넬코리아 측은 "지난 11개월간 평균에 상회하는 보상 유지 및 강화를 위해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을 위한 노력을 다해왔다"며 "직원 의견 수렴 절차를 개선하고 성실하게 협의를 지속해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smk503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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