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신세계百, '퍼셀' 설립 "이미 신세계인터 있는데 왜?"
신세계百, 자체 뷰티 사업으로 백화점 경쟁력 강화
신세계인터내셔날, 개별 뷰티 브랜드 성장에 초점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뷰티 자회사 '퍼셀'을 설립했습니다. 시코르·오노마를 통해 뷰티 사업 확장을 해온 만큼 이 또한 뷰티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신세계백화점의 강한 의지로 읽힙니다. 다만 백화점 핵심 상품군이 화장품인 것을 감안하면 신세계백화점의 행보가 특별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미 뷰티사업을 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있는데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 건데요.
자회사가 못 미더워서인 걸까요? 아니면 백화점이 뷰티 사업을 더 잘할 수 있어서일까요? 물론 둘 다 정답은 아니었습다. 사실 정답은 간단 명료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각자 잘 하는 것을 하자'는 것입니다.
신세계의 뷰티 사업은 크게 두 개로 나뉩니다.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사업과 자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부문입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두 회사의 뷰티 사업은 방향성이 다릅니다.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사업은 백화점 경쟁력을 높이는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형 세포라로 불리는 뷰티 편집숍 '시코르'가 대표적입니다. 시코르는 뷰티 브랜드가 아니라 뷰티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진 편집숍입니다. 개별 매장도 있지만, 시코르를 백화점에 입점시킴으로써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지요.
또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자체 뷰티 브랜드 '오노마'를 선보였습니다. 델라라나·일라일 등 자체 패션 브랜드로 재미를 본 만큼 뷰티 시장에서도 자체 브랜드를 만든 것인데요. 이 역시 시코르를 통해 쌓은 뷰티 사업 노하우와 데이터가 있었기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현재는 시코르에 입점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오노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시코르를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 유통 채널 노하우가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개별 브랜드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체 브랜드인 비디비치·연작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딥디크·바이레도 등 해외 화장품·향수 브랜드 판권을 확보해 다른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지요.
즉, 두 회사가 지향하는 바는 조금 다릅니다. 잘 하는 분야도 다릅니다. 신세계백화점을 브랜딩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유통에 강점이 있습니다. 결국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뷰티 사업에 전문성이 있다해서 신세계그룹 모든 계열사의 뷰티 사업을 담당할 이유는 없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이마트가 자체브랜드(PB) '피코크' 밀키트를 판매하는데, 같은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조선호텔도 밀키트를 판매합니다. 다른 계열사지만 각 회사별 강점을 살려 비슷한 사업을 전개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물론 필요에 따라 두 회사는 시너지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자체 브랜드 연작은 신세계백화점에서 기획했지만, 현재 판매권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넘겨 받았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의 브랜딩 노하우를 결집해 브랜드를 완성하고 유통 채널 노하우를 가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판매하는 것이지요.
의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이 만든 여성복 자체 브랜드 '델라라나'와 '일라일'의 사업 전개권을 넘겨 받았습니다. 현재는 두터운 팬층과 유통 노하우를 기반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직까지 퍼셀의 역할과 방향성은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현재도 각자의 영역에서 화장품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퍼셀 설립을 계기로 신세계백화점이 화장품 영역에서 한층 더 전문성을 갖추고, 신세계인터내셔날 각자도생한다면 신세계그룹이 '뷰티 명가'로 발돋움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지 않을까요.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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