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리뉴얼 끝낸 롯데百 영등포점 가보니…명품 빼고 '스트릿 감성' 가득

[르포]MZ세대 겨냥 '전통 파괴', 화장품 빼고 편집숍·카페 채웠다
'MZ세대 격전지' 떠오른 영등포…신세계·롯데 '쇼핑 실험' 삼매경

17일 리뉴얼을 마치고 전관 재개점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소비자들이 1층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0.12.17/뉴스1ⓒ 뉴스1 최동현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어, 잘 못 들어왔나?"

주부 이모씨(46)는 17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 입구에 들어갔다가 놀란 눈으로 뒷걸음질 쳤다. 밖으로 나와 롯데백화점 현판을 확인한 그는 싱숭생숭한 표정으로 다시 백화점에 들어섰다. 이씨는 "리뉴얼했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렇게 달라질 줄 몰랐다"며 연신 두리번거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이날 1년간의 리뉴얼을 끝내고 영등포점 전관을 재개장했다. '백화점의 얼굴'로 불리는 1층 매장은 명품 화장품을 통째로 들어내고 갤러리, 편집숍, 맛집, 카페 등 톡톡 튀는 '스트릿 감성'으로 채웠다. MZ세대(2030세대)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을 정조준한 승부수다.

◇진입장벽 높은 화장품 빼고 '감성'으로 채웠다

영등포점은 첫발을 내딛는 순간 백화점은 사라지고 널찍한 '갤러리'가 펼쳐진다. 입구에 들어서자 수십개의 예술 작품이 걸린 전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북유럽 인테리어 브랜드 '에덴미술'이다.

영등포점은 1층 대부분을 먹고, 마시고, 쉬는 여가 공간으로 꾸몄다. 에덴미술 왼쪽에는 유럽풍 제과점 '아우어 베이커리'가, 오른쪽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예술 가구를 둘러볼 수 있는 '큐레이션 서점'을 조성했다.

벽에 걸린 전시품을 따라 걷다 보면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 '아웃오브스탁', '슬로우스테디클럽' 등 편집숍이 늘어선 패션 거리가 나타난다.

아웃오브스탁은 오직 '한정판 신발'만 모은 국내 첫 오프라인 편집숍이다. 가수 지드레곤과 나이키가 협업한 '지드레곤X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스니커즈'부터 웃돈을 줘도 구하기 힘든 희귀 상품이 진열됐다. 한 20대 여성 소비자는 "아웃오브스탁 매장이 생겼다고 해서 오전 일찍 백화점을 찾았다"며 매장 안으로 종종걸음을 치기도 했다.

1층 정중앙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생활공작소' 매장이 들어선 점도 이채로운 변화다. 온라인에서 위생·세탁 용품으로 입소문을 탄 생활공작소는 영등포점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매장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세면대를 설치해 누구나 손을 씻을 수 있다.

1층에 있던 명품 화장품은 3층으로 이사했다. 역전 유흥가와 마주 보고 있는 1층은 2030세대 젊은 소비자가,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과 이어지는 3층은 중장년층 소비자가 주로 왕래한다는 점을 고려한 안배다.

17일 오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개점을 기다리며 문 틈새로 리뉴얼된 매장 전경을 구경하고 있다.2020.12.17/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MZ세대 격전지' 떠오른 영등포…신세계도 롯데도 "변신 중"

서울 영등포 상권은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두 유통공룡이 맞대결하는 '격전지'다. 두 백화점은 횡단보도 하나를 두고 마주 보면서 고객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지난해 나란히 '전면 리뉴얼'을 시작해 올해 재개장했다.

리뉴얼의 초점은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서울시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영등포구 거주자 중 2030세대는 총 13만4113명으로 전체(40만5982명)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타임스퀘어점도 지난 8월 기준 2030고객 비중이 49.7%로 전 점포를 통틀어 가장 높다.

먼저 변신을 시작한 것은 신세계백화점이다. 타임스퀘어점은 1층에서 명품과 화장품을 과감하게 빼고 건물 한 동 전체를 '생활전문관'(리빙관)과 '식품전문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했다.

백화점 역사상 1층에서 명품과 화장품이 빠진 적은 없다. '백화점은 1층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만큼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은 2개동 중 1개동을 식품에 내줬다. 이유는 간단하다. 백화점에 사람이 오지 않아서다.

신세계의 '도박'은 대성공이었다. 지난 9월 리뉴얼 100일 만에 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2030세대 소비자 매출은 50% 가까이 오르며 훨훨 날았다.

2030 고객 비중도 지난해보다 12.2%포인트(p)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백화점 업계가 불황에 빠졌지만, 타임스퀘어점은 MZ세대를 등에 업고 쑥쑥 성장한 셈이다.

롯데백화점이 리뉴얼을 끝마치고 'MZ세대 공략'에 맞불을 놓으면서 백화점의 '진화'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기 주요 소비층이 몰려있는 영등포는 백화점 업계에서 놓칠 수 없는 핵심 상권이자,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실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지난 100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백화점이 서서히 새로운 사업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