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BMW 320d '고연비·운전재미' 두 토끼 잡았다

공인연비 22.1km/l, 제로백 7.6초…내비게이션은 '기대 이하'

BMW 뉴 320d 전측면(사진제공=BMW 코리아)© News1 류종은 기자

BMW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달리 자사 차량을 '드라이빙 머신'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달리기에 특화돼 있다는 말이다. 하이브리드카 수준의 연비를 자랑하는 BMW '320d'도 역시 '드라이빙 머신'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올해 국내에 선보인 BMW '3시리즈'는 7년만에 풀체인지된 6세대 모델이다. 6세대 3시리즈의 디젤 모델인 '320d'는 △스포티한 디자인 △리터당 20km를 넘는 고연비 △각종 편의사양 등을 갖춰 디젤 준중형 세단의 '대장'이라고 불린다. 올해 9월까지 총 3573대 팔리며 전체 수입차 중 네번째로 많이 판매됐고, 준중형 디젤 세단 중에서는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중앙대학교에서 인천국제공항을 다녀오는 총 115km 구간에서 '320d' 럭셔리 라인을 시승했다. 시승 후 소감은 한마디로 '역시 BMW' 였다.

이번 세대 '320d'는 차체가 구형보다 커지면서 언뜻보면 중형급인 '5시리즈'처럼 보이기도 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624㎜, 전폭 1811㎜, 전고 1429㎜, 휠베이스 2810㎜ 등으로 구형보다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104㎜, 50㎜ 늘었다.

'320d'의 얼굴을 보면 BMW의 상징인 키드니(Kidney) 그릴이 한층 커지면서 '남자다움'이 강조됐다. 특히 헤드램프를 키드니 그릴까지 연결하는 부분을 '앞트임'하며 전체적인 인상이 뚜렷해졌다. 덕분에 차체가 더욱 낮아보여 더욱 스포티해 보였다. 옆 라인은 구형 모델보다 좀더 낮고 길어진 탓에 날렵해 보였다. 뒷 모습은 '5시리즈'와 비슷한 디자인의 테일램프를 적용해 고급스러움까지 갖췄다.

BMW 320d 럭셔리 라인 실내(사진제공=BMW 코리아)© News1 류종은 기자

차를 타보니 '3시리즈' 특유의 운전자 지향적인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센터페시아(컨트롤 패널 부분)는 운전석으로 각도가 살짝 틀어져 운전자가 주행시 좀더 안전하고 편하게 조작할 수 있게 됐다. 클러스터페시아(계기판)은 흰색과 주황색을 기본으로 해 시안성을 높였다. 전체적인 내부 인테리어는 베이지색 가죽 시트와 하이그로시 처리된 우드그레인, 크롬 도금 등으로 꾸며져 고급스러움도 느낄 수 있었다.

차량 크기가 전 세대 모델보다 커지면서 내부공간 역시 넓어졌다. 특히 뒷좌석은 무릎 공간이 15mm 가량 더 넓어져 웬만한 성인 남성은 불편하지 않게 앉을 수 있었다. 트렁크 공간도 480리터로 구형보다 20리터 가량 넓어져 골프백 3개까지 충분히 들어간다.

출발을 위해 시동을 켜는 순간 '320d'의 'd'가 디젤이었음을 알려주는 엔진음이 들렸다. 차량은 디젤엔진 특유의 울부짓는 듯한 엔진음과 함께 미세한 진동도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달했다. '정숙성'을 중요시하는 운전자들은 시끄럽게 느낄 정도의 소음이었다.

'320d'는 '고연비'와 '운전의 재미'를 동시에 살리기 위해 탄생했다. '320d' 럭셔리 라인이 장착한 2.0 '트윈타워터보'엔진은 184마력, 최대토크 38.8kg.m을 자랑한다. 제로백(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7.6초로 엔진 크리게 비해 가속능력이 뛰어나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22.1km에 달해 '하이브리드카' 수준을 나타낸다.

'320d'의 고연비는 8단 자동반속기와 '오토 스타트 앤 스톱(정차시 자동으로 엔진이 멈췄다 출발할 때 다시 걸리는 기능) 덕분이다. '320d' 전 차종이 '오토 스타트 앤 스톱을 탑재하고 있다. 다만 디젤 차량이라 시동이 걸릴 때마다 엔진소음과 진동이 심하다. BMW는 이 기능을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켜고 끌 수 있게 했다.

BMW 320d 럭셔리 라인 주행 모습(사진제공=BMW 코리아)© News1 류종은 기자

'320d'의 주행모드는 △에코프로 △컴포트 △스포츠 등 3가지로 구성됐다. 시내주행에서는 연비를 고려한 에코프로 모드로 주행했다. 에코프로 모드는 가속페달과 변속기의 응답성, 헤터와 에어컨 등을 연료 절약에 맞춰 제어해 연료소모를 최대 20%까지 절약해준다. 다만 BMW 특유의 가속력은 느낄 수 없기에 '얌전한' 운전자들에게 추천한다.

강변북로를 타기 위해 시내 주행을 하는 동안 몇 가지 아쉬운점이 발견됐다. 우선 내비게이션이 'i드라이브' 컨트롤러를 통해서만 작동돼 불편했다. 터치스크린에 익숙한 국내 운전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듯 싶다. 또한 서울 시내 도로를 완벽히 담고 있지 못했다. 고가도로나 지하차도가 나오면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 못찾았고, 과속카메라 위치도 잘 인식하지 못했다. 또한 8.8인치 16:9 와이드비전이의 네비게이션 화면은 지도를 볼 때 답답한 느낌을 줬다.

반면 고속주행에서 스포츠모드로 변경하자 차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마치 평소에는 조용하다 변신하면 녹색 괴물이 되는 '헐크' 같았다. 액셀레이터는 밟으면 밟는대로 나갔고 브레이크도 밟는만큼 섰다. 운전자가 생각하는대로 운전이 되는 차량이었다. 욕심을 내 액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으니 속력이 금방 시속 200km까지 올라갔다. 엔진음도 BMW 특유의 '그릉그릉' 한 소리를 냈다. 아무리 연비를 고려한 디젤 모델이지만 '드라이빙 머신'의 성격은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었다.

고속 주행에서 발견된 최고 장점은 핸들링이었다. 스티어링휠은 속도가 시속 150km를 넘어서자 단단해졌다. 덕분에 미세한 흔들림이 적어져 차선변경 및 코너링도 손쉽게 할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이전 세대에 비해 물렁해졌다. 이에 따라 승차감이 좋아진 반면 코너링 시 안정감은 떨어졌다. 각 모드 별로 서스펜션까지 조절이 된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BMW '320d'는 운전하면 할 수록 '갖고싶은 차' 매력이 있는 차량이었다. 평소에는 연비를 고려한 주행을 하고 주말에는 기분 전환을 위한 '드라이빙'을 원하는 운전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320d'는 각 트림별 개별소비세 인하분이 포함된 가격(부가세포함)이 △320d ED 4370만원 △320d 4750만원 △모던 5260만원 △스포츠 5390만원 △럭셔리 라인 5500만원 등이다.<br>

rje3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