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비 규제 대폭 완화…현대차 하이브리드 기회, 전기차엔 악재
31년 연비 목표 50.4→34.5마일…하이브리드 강한 현대차·기아 수혜
美 업체 '안방 사수' 기회…K-배터리, ESS 전환으로 충격 최소화
- 신현우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 시절 강화한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늦은 미국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현대차그룹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전기차 수요를 전제로 진행한 대규모 북미 투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규제 부담을 던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반격에 나서면 현지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존 기업평균연비제(CAFE)를 완화한 새 연비 기준을 승인했다.
세부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내놓은 개정안이 사실상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2031년형 차량의 평균 연비 목표를 갤런당 50.4마일에서 34.5마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기준이 3분의 1가량 낮아지는 셈이다.
CAFE는 제조사별로 판매 차량 전체의 평균 연비 하한선을 정해두는 제도다. 기준선이 높을수록 업체들은 전기차·하이브리드 차종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번 기준 완화로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전환 속도는 한층 느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직접적인 수혜업체로 현대차·기아가 꼽힌다. 두 회사는 연비가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하이브리드 비중이 높아 강화된 기준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기준까지 낮아지면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무리하게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도 덜었다. 투싼·싼타페·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 주력 차종의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지킬 여지가 커졌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는 하이브리드가 떠받치고 있다. 양사는 지난 8월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한 17만8405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5만57대로, 전년 동기보다 47.7%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비 규제 완화는 이 같은 흐름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부담도 남았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셀 공장을 세우는 데 수조 원을 투입했다.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고정비 부담이 커지며 투자 회수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와의 경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은 수익성이 높은 대형 SUV와 픽업트럭 판매를 이어갈 여지가 커졌다. 이들이 내연기관차로 번 현금을 하이브리드 개발에 쏟아부으면 현대차·기아가 강점을 가진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K-배터리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출시 속도를 늦추면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회복이 더뎌질 수 있지만 K-배터리 업체들이 이미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 가동으로 북미 ESS 생산 거점을 5곳으로 늘렸다. SK온은 조지아주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바꾼다.
삼성SDI(006400)도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규제 완화로 전기차 전환 시점이 늦어지면서 관련 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면서도 "완성차는 하이브리드로, 배터리는 ESS로 이미 대응에 나선 만큼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hwsh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