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고' 달리는 4.3톤 전기 SUV…에스컬레이드 IQL[시승기]
3열도 여유 '국내 최장' 롱바디…2열 독립시트 '움직이는 집무실'
핸즈프리 슈퍼 크루즈 두손 해방…압도적 NCMA 배터리 710㎞ 주행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전장 5.8m, 무게 4.3톤에 달하는 거구가 구름처럼 도로를 미끄러졌다. 운전대에서 두 손을 떼도 차로 중앙을 따라 방향을 틀고 앞차와 간격을 맞췄다. 거대한 몸집에 대한 부담은 첨단 주행 보조 기능으로 덜고, 대용량 배터리로 전기차의 고질적인 충전 걱정까지 낮춘 차. 캐딜락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에스컬레이드 IQL' 얘기다.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수도권 도심과 자동차전용도로에서 66㎞를 주행하며 이 차의 성격을 살펴봤다. 에스컬레이드 IQL은 지난 5월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기존 에스컬레이드 IQ의 차체를 105㎜ 늘린 롱바디 모델로 전장 5820㎜, 휠베이스 3460㎜에 달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 SUV 중 가장 길다.
거대한 몸집은 실내에서 장점으로 바뀌었다. 3열에 앉았을 때도 무릎 앞에는 주먹 한 개 이상, 머리 위에는 손바닥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남았다. 3열을 세운 상태에서도 상자를 실을 만한 트렁크 공간이 나왔다. 2·3열을 모두 접으면 바닥이 평평해져 많은 짐을 싣거나 차박에도 활용할 수 있어 보였다.
독립식 시트가 놓인 2열은 '움직이는 집무실'에 가까웠다. 마사지 기능을 갖춘 14방향 전동 시트에 수납식 테이블과 12.6인치 개인 화면, 무선 충전 패드가 마련됐다. 이동 중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거나 영상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주행 중 가장 인상적인 기능은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인 '슈퍼 크루즈'였다.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을 켜자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운전대 상단에 녹색 등이 들어오며 일명 '핸즈프리'(hands-free) 주행이 시작됐다. 스티어링 휠에서 두 손을 떼도 차량은 커브를 따라 차로 중앙을 유지했고 앞차에 맞춰 속도를 줄이거나 정차 후 다시 출발했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운전대를 가볍게 틀자 차로 변경도 보조했다.
물론 맹신은 금물이다. 합류 구간에서 차선이 끊기자 조향이 불안정해졌고, 옆 차로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 때 곧바로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운전자가 전방을 보고 있지 않으면 핸즈프리 기능이 해제됐다. 표지판 제한속도를 읽어 자동으로 속도를 맞추지 않아 구간별로 설정 속도를 직접 바꿔야 하는 점도 아쉬웠다.
듀얼 모터 사륜구동 시스템은 벨로시티 모드에서 최고 출력 750마력, 최대토크 108.5㎏·m의 힘을 낸다. 가속페달을 밟자 육중한 차체를 거침없이 밀어냈지만 힘을 갑작스럽게 쏟아내지는 않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급격히 감속하지 않아 회생제동에 따른 전기차 특유의 꿀렁임도 적었다. 더 강한 감속이 필요할 때는 운전대 왼쪽 패들을 당겨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승차감은 투박한 외관에 비해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요철과 방지턱을 지날 때 노면 충격이 실내로 날카롭게 전달되지 않았다. 공차중량이 4265㎏에 달하지만 차체가 불필요하게 위아래로 출렁이는 느낌도 크지 않았다. 초당 최대 1000회 노면 상태를 감지해 감쇠력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4.0'과 차고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이 거대한 차체를 안정적으로 받쳤다.
차량이 워낙 거대해서인지 실주행 전비는 2.9㎞/㎾h로 높지 않았다. 대신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제조한 205㎾h의 대용량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배터리가 낮은 효율을 압도적인 주행거리로 만회한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710㎞다. 시승 시작 당시 계기판에는 800㎞에 가까운 주행가능거리가 표시됐다. 66㎞를 달린 뒤 배터리 잔량은 95%에서 86%로 9%포인트(p) 줄어드는 데 그쳤다. 최대 350㎾ 초급속 충전도 지원한다.
큰 차체를 다루는 부담은 전자식 4륜 조향과 각종 카메라가 덜었다. 저속에서 급회전하면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최대 10도 꺾여 회전반경을 줄였다. 디지털 룸미러와 방향지시등 연동 측면 카메라, 버드뷰 화면도 사각지대를 메웠다. 좁은 골목과 지하 주차장에서 차체가 벽이나 기둥에 닿을지 살피는 데 유용했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공조 장치와 운전대 조작계 대부분이 터치 방식이고 비상등은 룸미러 위에 있어 직관성이 떨어졌다. 자체 내비게이션이 없어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에 의존해야 하는데,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량 측면을 비추는 카메라 화면이 내비게이션을 가렸다. 자동 주차 기능도 빈 주차 공간을 빠르게 인식하지 못해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에스컬레이드 IQL은 거대한 크기와 2억 8900만 원의 가격만큼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차는 아니다. 그러나 넉넉한 3열과 집무실 같은 2열, 710㎞의 주행거리와 슈퍼 크루즈를 함께 원하는 소비자라면 대안을 찾기 어렵다. 거대한 차체를 부담이 아닌 공간과 안락함으로 바꾼 전동화 시대의 에스컬레이드였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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