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트럭 넘어 충전·에너지까지…MAN 미래 운송 청사진 공개

eTGX 최대 720㎞ 주행…장거리 운송 전동화 성큼
고효율 D30 디젤도 병행…운송환경별 최적 솔루션 제시

15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내 MAN 트럭 부스 전경 2026.9.15 박기범 기자

(하노버=뉴스1) 박기범 기자

"차량 한 대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충전과 에너지 관리까지 포함한 전동화 생태계를 제공한다."

15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 MAN 부스. 파란색 대형 전기트럭을 등진 안내자는 차량의 출력이나 배터리 용량보다 먼저 'Simplifying Business'(비즈니스 단순화)를 강조했다. 고객이 운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차량 선택부터 충전·정비·금융·디지털 관리까지 MAN이 맡겠다는 의미다.

부스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대형 트럭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관람객들은 차량 아래 배터리부터 운전석, 차체 연결부까지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차량명 앞에 붙은 'e'. 승용차 시장을 휩쓴 전동화 바람이 이제 대형 상용차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720㎞ 달리는 eTGX…장거리 운송도 전동화

첫 번째로 주목한 차량은 3축 전기 트랙터 'eTGX 28.600'. 전시 안내판에는 '최장 주행거리와 최대 적재량'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이 차량은 운전석 뒤에 일곱 번째 고전압 배터리를 가로로 배치했다. 총 배터리 용량은 644㎾h, 실제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최대 616㎾h다. 유럽의 일반적인 장거리 운송 조건에서 최대 720㎞를 달릴 수 있다. 휠베이스는 3750㎜, 후방 오버행은 750㎜다.

공기역학적으로 다듬은 전면부를 적용하면서도 일반 세미트레일러를 그대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연결 차량 길이 16.5m를 초과하는 트랙터·트레일러 조합도 허용하는 승인을 통해 표준 세미트레일러를 활용할 수 있다. 배터리를 추가해 주행거리를 늘리면서 적재와 차량 운용의 실용성도 챙긴 것이다.

MAN 관계자는 "전기트럭의 주행거리만 늘린 것이 아니라 충전과 적재량까지 실제 장거리 운송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몇 걸음 옮기자 'eTGX 20.600'이 모습을 드러냈다. 앞선 차량이 장거리와 적재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모델은 공기역학을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이 핵심이다. 새롭게 설계한 전면부로 에너지 소비량을 최대 3% 줄였고, 신형 배터리를 적용해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기존보다 10% 늘렸다. 유럽의 일반적인 장거리 운행 기준 주행거리는 최대 660㎞다.

차체 하단의 '딥뷰 윈도'를 통해 운전자의 직접 시야를 넓혀 보행자 보호 성능도 높였다. 전시 차량의 공차중량은 10.4톤으로 적재 여력을 확보했고, 낮은 트레일러 연결 높이를 적용해 부피가 큰 화물을 운송하는 '볼륨 트랜스포트'에도 대응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내 MAN 트럭 부스에서 eTGX 28.600이 전시되고 있다. 2026.9.15 박기범 기자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진행 중이 IAA 내 MAN 트럭 부스에 전시된 eTGX 20.600. 2026.9.15 박기범 기자
트럭 넘어 충전·에너지까지…D30 디젤도 효율 높였다

전기트럭의 실제 운행을 뒷받침하는 설명은 차량 사이 'Partner' 구역에서 이어졌다. MAN은 고객의 노선과 적재량, 운행시간, 사업장 전력 여건을 분석해 전기트럭이 적합한지부터 판단한다. 전동화를 결정하면 고정식·이동식 충전기와 에너지 관리 방안까지 함께 설계한다.

MAN 관계자는 "운전자가 의무 휴식을 취하는 30분 동안 충전을 마치고 다시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충전을 위해 별도의 운행 중단 시간을 만들지 않고 기존 휴식시간을 활용해 차량 가동률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전동화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었다. 부스 투어의 세 번째 차량은 'D30 PowerLion'을 적용한 디젤 트럭이었다. 12.7리터 직렬 6기통 D30 엔진은 최고출력 560마력, 최대토크 2800N·m를 발휘한다. 엔진 열효율은 50%를 넘으며 380마력부터 560마력까지 다양한 출력으로 제공된다.

새로운 14단 MAN TipMatic 변속기는 기어비 범위를 넓혀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효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출발과 저속 주행 성능도 개선했다. 전동화가 당장 어려운 장거리·고중량 운송에서는 디젤의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15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내 MAN 트럭 부스 전경 2026.9.15 박기범 기자
계약 성사되자 '으르렁'…박수 터진 MAN 부스

투어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전시장에 "으르렁"하는 사자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부스 곳곳에서 상담하던 사람들이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이내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MAN 관계자는 "현장에서 큰 거래가 성사됐다는 신호"라고 귀띔했다. MAN의 상징인 사자가 계약 체결을 알리는 일종의 세리머니인 셈이다.

개인 차주가 많은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운송회사와 트럭 업체가 전시장에서 대규모 차량 계약을 직접 맺는 경우가 많다. IAA가 신차와 기술을 보여주는 전시장이면서 동시에 실제 계약이 오가는 비즈니스 공간인 이유다.

MAN은 이번 IAA에서 전동화가 가능한 운송에는 전기트럭과 충전 생태계를 확대하고, 디젤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D30을 앞세워 효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하나의 동력원으로 미래를 규정하기보다 운송 환경에 따라 전기와 고효율 디젤을 병행하고, 차량 판매를 넘어 충전·에너지·디지털 관리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사업자로 가겠다는 MAN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