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넘고 단단하게 돈다…벤츠 간판 SUV 'GLE 450'[시승기]

작년 수입 대형 SUV 판매 1위…올해 출시 4년차에도 여전한 인기
진동·소음 없는 6기통 엔진 위엄…48V 모터 보조로 저속부터 넉넉한 힘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SUV 'GLE' 450 4MATIC AMG 라인' 나이트 에디션의 전면부 모습. 2026.6.15/뉴스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육중한 차체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 회전수를 힘겹게 끌어 올리는 과정 없이 곧장 속도가 붙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차폭 2m가 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답지 않게 충격을 부드럽게 삼켰다. 반대로 속도를 높여 급한 곡선 구간에 들어서자 차체는 예상보다 단단하게 버텼다.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SUV 'GLE 450 4MATIC AMG 라인'을 180㎞가량 시승했다. 시승차는 블랙 색상을 강조한 나이트 에디션이다. 지난해 국내 77대 한정으로 선보인 모델이다. 검은색 사이드미러 하우징과 다크 크롬 전면 공기흡입구, 22인치 AMG 5트윈 스포크 블랙 휠 등이 적용됐다.

GLE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적인 준대형 SUV다. 현행 4세대 부분변경 모델은 2023년 8월 국내에 출시됐다. 지난해 6955대가 팔려 BMW X5(6166대)를 제치고 수입 대형 SUV 판매 1위에 올랐다. 출시 4년 차인 올해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1~7월 누적 판매량은 4188대로 X5(4023대)를 누르고 1위를 유지 중이다. 같은 기간 벤츠 모델 중에서는 E클래스(1만 3354대), GLC(5349대)에 이어 판매량 3위에 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SUV 'GLE' 450 4MATIC AMG 라인' 나이트 에디션의 측면부 모습. 2026.6.15/뉴스1 김성식 기자

GLE 450에는 배기량 2998㏄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최고출력 381마력, 최대토크 51㎏·m를 낸다. 여기에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자리한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ISG)가 최대 15㎾의 출력과 200Nm의 토크를 더하는 48볼트(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갖췄다.

가장 먼저 인상에 남은 것은 정숙성이었다. 시동을 걸고 정차한 상태에서 스티어링휠이나 시트를 통해 전달되는 엔진 떨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할 때도 6기통 엔진음이 실내로 크게 파고들지 않았다.

출발은 더 매끄러웠다. ISG가 초기 가속을 보조해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차체가 즉각 앞으로 나갔다. 전장 4930㎜·전폭 2020㎜에 달하는 덩치를 움직인다는 부담은 크지 않았다. 속도를 높여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 없이 꾸준히 가속했다. 다만 저속에서 제동한 직후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변속 과정에서 간혹 작은 충격이 전해졌다. 그러나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SUV 'GLE' 450 4MATIC AMG 라인' 나이트 에디션의 후면부 모습. 2026.6.15/뉴스1 김성식 기자
에어서스, 저속에선 부드럽게·고속에선 단단하게…고속 코너링 롤링 억제력 '탄탄'

또 다른 특징은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이다. 댐핑조절시스템(ADS)이 노면 상태와 차량 속도, 하중에 맞춰 각 바퀴의 서스펜션을 개별 조절한다. 실제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만나면 첫 충격을 상당히 부드럽게 흡수했다. 노면 충격이 시트로 곧장 올라오기보다 차체 전체가 한 차례 움직이며 받아내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마냥 푹신하지는 않았다. 높은 전고 탓인지 큰 요철을 지난 뒤 차체가 위아래로 덩실거리며 잔진동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충격 자체는 잘 걸러내지만 한 번의 움직임으로 곧바로 차체 자세를 되찾는 성격과는 거리가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SUV 'GLE' 450 4MATIC AMG 라인' 나이트 에디션이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차고를 높이는 모습. 2026.6.15/뉴스1 김성식 기자

대신 속도를 높이면 GLE의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서스펜션 기본 세팅이 상당히 단단해 고속에서 차로를 바꾸거나 급한 곡선 구간을 통과할 때 차체가 좌우로 크게 기울지 않았다. 1780㎜에 이르는 전고를 감안하면 롤링 억제력이 인상적이었다.

에어 서스펜션은 주행 환경에 따라 차체 높이도 바꾼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거나 고속으로 달리면 차고를 낮춰 안정감을 높이고, 오프로드 모드에서는 차고를 올려 험로 주파 능력을 확보한다. 정차 상태나 시속 30㎞ 이하에서는 센터콘솔의 물리 버튼으로 운전자가 직접 차고를 조절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SUV 'GLE' 450 4MATIC AMG 라인' 나이트 에디션 1열 실내 모습. 2026.6.15/뉴스1 김성식 기자

실내에서는 물리 버튼을 적절히 남겨둔 점이 반가웠다. 공조장치는 센터페시아 아래쪽 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운전 중 디스플레이를 여러 차례 터치할 필요 없이 손끝으로 온도 등을 조작할 수 있었다. 다만 설정 온도와 풍량 등의 정보는 디스플레이를 봐야 확인할 수 있다.

전폭이 2m를 넘지만 주차 부담도 예상보다 작았다. 후진기어를 넣으면 후방카메라와 서라운드뷰가 자동으로 켜진다. 화면에 표시되는 차량과 주변 장애물의 위치가 실제와 비교적 유사해 좁은 공간에서도 차폭을 가늠하기 쉬웠다.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SUV 'GLE' 450 4MATIC AMG 라인' 나이트 에디션 센터 디스플레이에 비친 후방 카메라와 서라운드뷰의 모습. 2026.6.15/뉴스1 김성식 기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과 차선 유지 기능 등을 지원한다. 운전대를 스스로 돌려 차선을 따라가는 과정은 자연스러웠지만 자동 조향의 개입 강도가 세지는 않았다. 운전자의 조작을 대신하기보다 계속 운전에 관여하도록 유도하는 성격이 강했다.

GLE 450 4MATIC AMG 라인의 가격은 1억 3760만 원이다. 시승차인 나이트 에디션은 1억 4060만 원에 달한다. 결코 가볍게 접근할 가격은 아니다. 그럼에도 직렬 6기통 엔진의 여유로운 힘과 정숙성, 저속에서는 충격을 걸러내고 고속에서는 차체를 단단히 잡아주는 에어 서스펜션은 GLE가 수입 대형 SUV 시장의 인기 모델로 자리 잡은 이유를 보여줬다.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SUV 'GLE' 450 4MATIC AMG 라인' 나이트 에디션 2열 모습. 2026.6.15/뉴스1 김성식 기자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