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진 폭스바겐 고강도 구조조정…현대차그룹 '글로벌 2위' 넘본다
블루메 CEO 5만명 추가 감원 추진…판매 차종,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현대차그룹 연 판매격차 100만대 좁히는데…연산 역량 1천만→900만대 감소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글로벌 2위 완성차 기업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중국 시장 판매량 감소에 고강도 쇄신에 돌입한다. 약 5만 명의 인력을 추가로 감원하는 한편 그룹 내 판매 차종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연간 생산능력도 100만 대 이상 감축한다.
글로벌 3위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연간 판매량 격차가 171만 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로 현대차그룹이 2위에 등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완성차 기업 간 순위 변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5일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우리 회사의 간접비가 경쟁사보다 약 20% 많다"며 "간접비의 절반이 인건비인 만큼 이론적으로 약 5만 명의 일자리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에서 2030년까지를 목표로 5만 명 감원이 진행 중인데 추가로 5만 명을 더 감원하는 셈이다. 이 중 약 3만 5000명은 2024년 노사 합의에 따라 폭스바겐 브랜드 내에서 정리될 예정이다.
앞서 블루메 CEO는 지난 9일 약 10만 명을 추가 감원하고 △엠덴 △하노버, △츠비카우 △네카르줄름 등 독일 공장 4곳을 폐쇄하는 초고강도 쇄신안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이사회의 잠정 승인을 얻는 데도 실패했다. 이에 CEO가 추가 감원 규모를 5만 명으로 줄인 뒤 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폐쇄가 거론된 공장은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공장으로 탈바꿈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그룹의 10만 명 감원이 현실화할 경우 2009년 파산을 선언하고 5만 명을 감축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뛰어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사상 최대 구조조정이 된다. 폭스바겐그룹은 승용차와 상용차를 합쳐 13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고 올해 3월 말 기준 전 세계 종업원은 약 65만 7000여 명이다. 따라서 10만 명 감원은 전체 인원의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폭스바겐그룹 내 판매 차종은 지난 9일 이사회 회의를 통해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줄이기로 결정했다. 제품 구성의 복잡성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차종에 개발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현재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스코다 등 승용차 브랜드와 상용차 브랜드에서 약 150종의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연간 1000만 대에 달하는 글로벌 생산 역량은 이미 2024년 노사 합의에 따라 2030년까지 900만 대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차종 축소가 이뤄지면 추가 감산도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폭스바겐그룹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건 그룹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서다. 중국 판매량은 2023년 324만 대를 정점으로 2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269만 대까지 줄었다.
폭스바겐은 1984년 상하이자동차(SAIC)와의 중국 합작법인 설립 이후 이듬해부터 줄곧 현지 시장 판매 1위를 수성해 왔지만, 2024년 처음으로 BYD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지난해에는 지리그룹에도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이는 중국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면서 현지 전기차 업체들이 선전한 결과다.
중국 판매 감소는 곧 글로벌 판매량 감소로 직결돼 현대차그룹에 글로벌 판매 2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놓였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글로벌 판매 3위에 처음 오른 뒤 2위 폭스바겐그룹과의 판매 격차를 3년 연속 줄여 왔다.
2023년 194만 대였던 양사의 판매 격차는 2025년 171만 대까지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폭스바겐그룹이 전년 동기 대비 6.3% 급감할 동안 현대차그룹이 1.6% 감소하는 데 그쳐 격차는 53만 대로 좁혀졌다. 이같은 추이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올해 격차는 100만 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폭스바겐그룹의 감산 목표와 일치한다.
영업이익은 현대차그룹에 이미 2위 자리를 넘겨줬다. 폭스바겐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9억 유로(약 15조 1000억 원)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글로벌 완성차사 기준 영업이익 4위로 전년 대비 2계단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20조 5459억 원으로 23% 줄어드는 데 그쳐 폭스바겐그룹을 누르고 완성차 업계 2위로 1계단 상승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에서도 지난해 폭스바겐그룹은 2.8%로 현대차그룹(6.8%)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폭스바겐그룹처럼 중국이 최대 활로였지만 지금은 중국 시장 의존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2016년 연간 글로벌 판매의 4대 중 1대인 179만 대를 중국에서 판매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해 7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현대차그룹의 중국 판매량은 2019년 이후 6년 연속 감소, 지난해 12만 8000여대에 그쳤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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