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병 주고 약 주나"…찻값 올리더니 FSD 구독제 도입

보조금 개편 후 가격 최대 700만 원 인상… FSD, 월 15만 원에 구독
美 생산 차량만 서비스 적용…소비자 체감 '제한적'

지난 1월 서울 영등포 소재 테슬라 여의도 스토어에 테슬라 중형 전기 SUV '모델Y'(앞)와 준대형 전기 SUV '모델X'가 전시된 모습(자료사진). 2026.01.11/뉴스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테슬라가 900만 원에 달하던 자율주행(FSD) 서비스를 월 15만 원에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최근 국내 전기차 보조금 개편 직후 주요 차종 가격을 최대 700만 원 기습 인상한 데 따른 가격 저항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다.

가격 인상 이후 높아진 소비자 불만을 완화하면서 구독형 소프트웨어 수익모델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오는 8월 10일부터 FSD 구매 방식을 월 구독제로 변경할 예정이다. 현재 904만 3000원인 일시불 구매는 8월 9일까지 가능하며 이후 신규 고객은 월 15만 원 구독 방식으로만 FSD를 이용할 수 있다.

앞서 테슬라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 이후 모델3와 모델Y 등 주요 차종 가격을 최대 700만 원 가까이 인상했다. 보조금 지급 대상 확정 직후 가격을 올리면서 실질적인 구매 부담이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보조금 혜택보다 가격 인상 폭이 더 크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테슬라는 FSD 이용 방식을 기존 일시불 구매에서 월 구독으로 전환하며 초기 부담을 줄였다.

FSD 적용 대상도 확대됐다. 테슬라코리아는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3와 모델Y를 대상으로 'FSD V14 라이트(Lite)'를 순차 배포한다고 밝혔다. 기존 모델S·모델X·사이버트럭에 이어 중저가 주력 차종까지 FSD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V14 라이트는 최신 자율주행 컴퓨터(HW4)가 아닌 기존 HW3에서도 구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버전이다.

테슬라는 차량 가격을 올린 직후 핵심 기술인 FSD 접근성을 낮추면서 소비자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FSD 서비스가 미국 생산 차량을 중심으로 제공돼 접근성은 제한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 상당수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 생산인 점을 고려하면 많은 소비자는 이번 서비스를 여전히 이용하기 어렵다. FSD 월 구독 서비스의 경우 장기간 이용할 경우 누적 비용이 일시불 가격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권이 오히려 줄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차량 가격은 수백만 원 올리고 소프트웨어 구독이라는 새로운 비용을 추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서비스 확대보다 수익구조 전환의 신호로 해석한다.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판매 이후에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도 FSD를 일회성 옵션이 아닌 구독 서비스로 전환해 안정적인 반복 매출을 확보하고 이용자를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구독제 전환 역시 미국 본사의 소프트웨어 중심 사업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불만이 커진 시점에 FSD 구독제를 도입한 것은 접근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차량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확보하려는 구독형 비즈니스 강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