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고용 없는 테슬라 철퇴맞나…전기차 보조금 개편 7월 시행

100점 만점 중 60점 넘어야 보조금 지급…공급망 기여도 40점
국내 생산·부품 조달·고용 비중 반영…테슬라·BYD 보조금 축소 예상

지난 1월 서울 영등포 소재 테슬라 여의도 스토어에 테슬라 중형 전기 SUV '모델Y'(앞)와 준대형 전기 SUV '모델X'가 전시된 모습(자료사진). 2026.01.11/뉴스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전기차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개편한다. 연구개발(R&D) 투자와 사후관리 역량뿐 아니라 국내 생산시설, 부품 조달, 고용 창출 등 국내 산업 기여도를 종합 평가해 보조금 지급 대상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로 국내 생산시설과 고용 기반이 없는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수입 전기차 업체의 보조금 지급 규모가 줄거나 이들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29일 자동차 업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기준'을 확정하고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앞으로는 새 평가기준을 통과한 제작·수입사만 정부 전기차 보급사업에 참여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총점 100점 중 공급망 기여도 40점…국내 투자 유도가 핵심

새 평가기준은 총점 100점 만점으로 △기술개발 역량(10점)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15점) △사후관리·지속성(20점) △안전관리(15점) 등 5개 분야, 13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다.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려면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배점이 가장 높은 공급망 기여도 항목이다. 이 분야에서는 국내 완성차 생산시설 운영 여부(10점), 국내 부품업체와의 공동 연구개발 등 부품산업 전환 기여(10점), 국내 부품 조달 비중을 평가하는 지역 공급망 안정성 기여(10점), 국내 사업장의 고용 창출 효과(10점)를 각각 평가한다.

사실상 국내 생산시설과 부품 조달, 고용에 기여하는 기업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수입차 업체들의 보조금 진입 문턱이 높아지는 동시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투자와 국내 공급 확대를 유도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개발 역량은 해외 본사가 보유한 연구개발 투자 실적도 인정받을 수 있으며, 사후관리·지속성은 전국 단위 정비망과 부품 공급 체계, 사업 지속성 등을 평가한다. 환경정책 대응에서는 제조 과정의 탄소배출과 자원순환 체계를, 안전관리에서는 전기차 화재 대응과 사이버보안 역량 등을 반영한다.

지난해 4월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BYD 씰이 공개되고 있다. 2025.4.3 ⓒ 뉴스1 김명섭 기자
테슬라·BYD 영향 불가피…"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업체로 테슬라를 꼽는다. 테슬라는 2017년부터 국내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어 해외 본사 실적이 인정되는 연구개발 투자 분야와 전국 서비스센터를 기반으로 한 사후관리·지속성 항목에서는 일정 수준의 점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완성차 생산시설이 없고 국내 고용 규모도 제한적인 만큼 가장 높은 배점인 공급망 기여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평가기준은 국내 산업 생태계 기여도를 핵심 평가 요소로 삼고 있는 만큼 국내 생산과 투자 기반이 없는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테슬라의 경우 최종 평가 결과에 따라 보조금 지급 규모가 크게 줄거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테슬라의 주력 차종인 모델Y는 지역에 따라 국고와 지방비를 합쳐 약 5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만약 보조금이 크게 줄어들거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실구매 가격이 상승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 중국 BYD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데다 한국 시장 진출 1년 차인 만큼 공급망 기여도와 보급사업 지속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생산기지와 고용 기반을 갖추고 국내 부품 사용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이 단순한 보조금 지급 기준 변경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생산과 연구개발, 부품 조달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 업체들이 국내 투자와 공급망 확대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국내 전기차 시장 경쟁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