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美판매 전면 중단 위기…美의회, 中자본 완성차 금지법 발의
적대국 지분 15% 이상 완성차사, 美 생산·판매 전면 금지키로
5년 이상 美 생산시 적용 예외…벤츠, 中 국영기업 지분에 발목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의회가 중국 자본이 투입된 완성차 회사의 자국 내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중국 자본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미국 판매도 중단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최대 경쟁자인 독일 BMW를 비롯해 일본 렉서스, 미국 캐딜락, 한국 제네시스 등 다른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는 미국 시장에서 반사 이익이 예상된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브렛 거스리 연방하원 의원(공화·켄터키)은 '2026 자동차 현대화 법안'을 지난 2월 연방하원에 발의했다. 주무 소위원회인 에너지상업위원회는 지난달 21일 표결을 통해 해당 법안을 공개했다. 법안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적대국이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완성차 회사를 상대로 미국 내 생산과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올해 1월 기준 미국에서 5년 이상 승용차를 생산해 온 기업은 예외다. 이에 따라 스웨덴 볼보자동차는 중국 지리그룹이 지분 79%를 보유한 최대 주주임에도 법안을 우회하게 됐다. 볼보자동차는 2018년 6월 완공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찰스턴 공장에서 생산한 볼보 준대형 전기 SUV 'EX90'과 폴스타 준대형 전기 SUV '폴스타4'를 현지 시장에서 판매하고 일부는 수출하고 있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법안이 현실화하면 미국 내 생산·판매가 모두 금지될 위기에 처했다. 적대국 정부 또는 국영 기업이 자본을 출자한 경우 이러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해서다. 중국 국영자동차 회사인 베이징자동차(BAIC)가 메르세데스-벤츠 지분 중 가장 많은 10%를 보유하고 있다. 리슈푸 지리그룹 회장도 메르세데스-벤츠 지분 10%를 갖고 있다. 적대국 지분만 20%에 달하는데 국영 기업 지분까지 섞여 있는 것이다.
법안 내용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CNBC 방송을 통해 처음 알려지자 메르세데스-벤츠는 발칵 뒤집혔다.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본사는 이튿날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미국 고객과 딜러, 직원 및 공급업체에 계속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되도록 의원들과 성실히 협력해 왔다"며 "앞으로도 계속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메르세데스-벤츠와 미국 정부 간 물밑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법안이 실제 발효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원 본회의 표결을 거쳐 상원을 통과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까지 남아 있는 절차가 많아서다. 그러나 법안이 지금 문구 그대로 유지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CNBC 방송과 인터뷰한 익명의 소식통들은 "법안 문구는 명확하다. 법안대로라면 메르세데스-벤츠의 미국 내 생산 및 판매는 금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외 지역 최초로 1995년 준공된 미국 앨라배마주(州) 터스컬루사 공장에서 1997년부터 연간 26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며 이 중 3분의 2를 수출해 왔다. 자동차 전문지 오토위크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34만 3200대를 판매해 △BMW(1위·38만 8897대)△렉서스(2위·37만 260대)에 이어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별 판매 3위에 올랐다. 그 뒤는 △캐딜락(4위·17만 3515대) △아우디(5위·16만 4942대) 등이 이었고, 제네시스는 82만 331대로 8위에 올랐다. 다만 럭셔리 판매 10위 내 브랜드 중 중국 지분이 포함된 곳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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