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中 전기차, 유럽 점유율 15% 돌파…현대차그룹 원가절감 총력

가격 무기로 EU 관세장벽 무력화…BYD 올해 하반기 현지생산 돌입
현대차그룹 협력사와 원가절감 논의…"중국차, 원가 경쟁력 앞서"

영국 해러게이트에서 지난 8일(현지시각) 열린 전기차 박람회 '에브리싱 일렉트릭 노스'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BYD의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서프'를 둘러보고 있다. 2026.5.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연합(EU)의 무역 장벽을 뚫고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전기차의 원가 자체가 워낙 낮아 EU의 고율 관세를 맞고도 현지에서 저렴하게 팔리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중국 전기차 공세에 맞서기 위해 강도 높은 원가 절감 방안을 모색 중이다.

EU 관세 45%도 中 전기차 못 막아…BYD '돌핀 서프', 유럽산 'EV2'보다 저렴

28일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BYD, 체리 등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순수 전기차(BEV)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3만 7281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 팔린 전기차 가운데 중국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9.9%에서 15%로 5.1%포인트(p) 상승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기업 점유율이 15%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무역 장벽은 완전히 무력화됐다는 게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EU는 2024년 7월부터 반(反)덤핑을 명목으로 중국산 순수 전기차에 업체별로 최소 17%(BYD)에서 최대 35%(SAIC)에 달하는 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수입차 기본 10% 관세에 합산되는 구조라 중국산 순수 전기차는 최대 45%의 관세 폭탄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원가가 워낙 저렴한 탓에 중국산 전기차는 고율 관세 부과 이후에도 유럽 시장에서 여전히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BYD가 지난해 6월 유럽에서 출시한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서프'의 시작 가격은 2만 2900유로로 지난 3월 출시된 기아 동급 전기 SUV 'EV2'(시작가 2만 6600유로) 대비 저렴하다. EV2는 기아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생산돼 수입차 기본 관세조차 면제된다. 반면 돌핀 서프는 BYD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돼 27%의 관세를 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 현지 생산에 들어가면 판매가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가장 먼저 유럽산 순수 전기차를 만든 중국 업체는 샤오펑으로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그라츠 소재 위탁생산 공장을 통해 중형 전기 SUV 'G6'와 'G9' 생산을 시작했다. BYD는 헝가리 세게드에 짓고 있는 첫 번째 유럽 공장을 올해 2분기 완공한 뒤 하반기부터 돌핀 서프를 본격 생산한다. 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옛 닛산 공장에서 올해 하반기 준중형 전기 세단 '오모다 5'를 만들 예정이다.

기아가 유럽 시장 전용으로 개발한 소형 전기 SUV 'EV2'(자료사진. 기아 영국법인 홈페이지 갈무리). 2026.5.27.
"성능 유지+비용 절감" 협력사에 당부…'최대 전기차 시장' 유럽 사수해야

중국의 유럽 전기차 공습이 본격화되자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중순 1차 협력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서울 양재동 본사로 불러 일대일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은 협력사들을 상대로 원가 절감 방안을 마련해 공유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절감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신규 부품을 납품할 때 기존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원가 절감에 돌입한 건 유럽 내 중국 전기차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부품 업계의 해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초에도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시작되자 협력사들을 불러 원가 절감을 위한 미팅을 진행한 바 있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굴기에 나선 지는 오래됐지만, 최근 유럽 시장에서 판매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고자 현대차그룹도 협력사들과 머리를 맞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위기의식은 현대차그룹 경영진들도 이미 공유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중국 BYD에 대한 취재진 질의에 "전 세계 어느 회사라도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인 만큼 많이 긴장하고 있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기 장재훈 부회장도 취재진과 만나 "중국산 차량이 갖고 있는 원가 경쟁력은 상당히 앞서 있다. 전체적인 고객 경험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유럽은 자사 전기차를 판매할 글로벌 최대 시장으로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BEV·PHEV) 시장은 △중국(1380만 대·점유율 64%) △유럽(425만 대·점유율 20%) △북미(173만 대·8%)로 유럽이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현지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이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이다. 지난해 9월 보조금 폐지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하고 있는 점도 유럽 시장의 중요성을 높였다.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2025.1.23 ⓒ 뉴스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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