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삼지창 심장을 찔렀다"

[시승기]550마력 '네튜노' 엔진 제로백 3.6초 폭발적 가속
코르사 모드서 극한 퍼포먼스…고속선 핸들링·차선보조 아쉬워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마세라티 제공)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이탈리아 럭셔리의 정수는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감각'으로 완성된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그 차이를 분명히 드러낸다. 지난 28일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를 시승했다.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강원도 인제스피디움까지 약 150㎞를 달렸다.

첫 인상부터 강렬하다. 길게 뻗은 보닛과 유려한 차체 라인은 마세라티 특유의 우아함을 유지하면서도, 트로페오 특유의 공격적인 감성을 더했다. 그란투리스모를 기반으로 설계된 이 모델은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 경량 소재를 대거 적용해 동급 최경량의 무게를 실현하며 시각과 성능 모두를 잡았다.

"시동 순간, 감각을 깨운다" F1 기술 녹아든 압도적 퍼포먼스

운전석에 앉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마자 터져 나오는 '부릉' 하는 굵직한 엔진음이 심장을 때렸다. 최근 전동화 흐름 속에서 점점 잊혀가는 내연기관의 존재감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핵심은 역시 마세라티의 기술력이 집약된 3.0리터 V6 '네튜노' 트윈터보 엔진이다. F1의 프리챔버 기술을 발전시킨 이중연소 시스템을 탑재해 최고출력 550마력(PS), 최대토크 650Nm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단 3.6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316㎞에 달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차체는 지체 없이 튀어나가고, 수치 이상의 체감 가속이 인상적이다. 특히 주행 중 시속 50㎞ 이하에서 14초 만에 열리는 소프트톱은 '오픈 에어링'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다만 아쉽게도 이날은 흐린 날씨로 인해 오픈 에어링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GT'에서 '코르사'까지…도로 위를 집어삼키는 드라이빙 쾌감

주행 모드에 따라 차량의 성격은 뚜렷하게 달라진다. 기본 'GT' 모드는 일상 주행에 적합한 균형을 제공하고, 'COMFORT'는 부드러운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다. 'SPORT'와 'CORSA'로 갈수록 엔진 반응과 서스펜션이 한층 공격적으로 변한다.

특히 코르사 모드에서는 차량의 잠재력이 극한까지 끌어올려진다. 액셀에 보다 민첩하게 반응하며 레이싱카를 연상케 하는 속도감을 보여준다. 숙련된 운전자를 위한 'ESC-OFF' 설정에서는 모든 전자 제어가 해제돼 순수한 기계적 성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안정성 우수하지만 고속에선 집중 필요

고속 안정성도 전반적으로 뛰어나다. 프런트 디퍼렌셜을 엔진과 나란히 배치해 무게 배분을 최적화한 결과 차체는 노면을 단단히 붙잡고 직진성을 유지한다. 다만 극고속 영역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느낌이 있어 운전자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역시 다소 예민하게 반응해, 중앙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경고음을 울리는 점은 주행 성향에 따라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실내 ⓒ 뉴스1 박기범 기자
장인정신 깃든 실내, 감성 완성

실내는 이탈리아 장인정신이 녹아 있다. 고급 소재와 절제된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며, 스포츠카 특유의 낮은 자세와 운전자 중심 설계가 몰입감을 높인다. 넥워머 기능이 적용된 시트는 루프를 연 상태에서도 쾌적한 주행을 가능하게 하며, 소너스 파베르 오디오 시스템은 야외에서도 몰입감 넘치는 사운드를 선사한다.

결론적으로 이 차의 본질은 분명하다. 효율이나 정숙성보다 '운전의 즐거움'에 집중한 정통 퍼포먼스 자동차다. 전동화 시대 속에서도 내연기관이 줄 수 있는 감각적 쾌감을 집요하게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감각을 일깨우는 경험 그 자체에 가깝다. 울려 퍼지는 엔진음은 '삼지창'이 왜 여전히 특별한지를 강하게 증명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