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맏형 카이엔, 마침내 전기차로…'유연생산' 체계로 수요 대응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공장서 가솔린·하이브리드와 함께 조립
RFID로 차량 정보 실시간 확인…로봇팔 430대, 차체·차대 자동 생산
- 김성식 기자
(브라티슬라바=뉴스1) 김성식 기자 = #작업자들의 머리 위로 포르쉐 준대형 SUV '카이엔' 차체(보디)가 도착했다. 작업자들은 차체 A필러에 부착된 식별코드(RFID)를 통해 차량 정보를 확인한 뒤 적합한 파워트레인과 차대(섀시)를 기계로 들어 올려 차체와 부착했다. 파워트레인과 차대, 차체가 결합하는 공정으로, 마치 신랑과 신부가 하나가 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의미에서 포르쉐 측은 이를 '매리지'(marriage·결혼)라고 불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방문한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의 폭스바겐그룹 공장 내 카이엔 조립 홀의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브랜드 세 번째 전기차 모델인 '카이엔 일렉트릭'도 이곳에서 하루 12대씩 혼류 생산됐다. 이날 매리지에선 운 좋게 배터리가 장착된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차대가 카이엔 일렉트릭 차체와 만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다.
같은 매리지 라인에서 카이엔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도 함께 생산됐다. 이들 2개 차종의 하루 생산량은 180여대 수준으로 카이엔 전기 차종(12대)보다 많은 편이다. 알브레히트 라이몰드 포르쉐 AG 생산 및 물류 담당 이사는 "카이엔 일렉트릭은 별도의 전기차 생산 라인이 아닌 기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카이엔과 동일한 라인에서 조립된다"며 "파워트레인별 시장 수요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전기차 인기가 치솟을 경우 별도의 증설 작업 없이 카이엔 일렉트릭 생산량을 늘리면 된다. 반대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불어닥치더라도 라인을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양의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카이엔을 생산하면 된다. 전기차 판매량이 연도별, 지역별로 상이한 만큼 생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모듈은 차로 1시간 거리인 슬로바키아 서부 호르나스트레다 소재 '포르쉐스마트배터리숍'(PSBS)에서 재고를 남기지 않고 적시(Just in Time) 생산된다.
1개의 라인에서 서로 다른 파워트레인이 혼동없이 생산될 수 있었던 건 전 차량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디지털로 저장돼 있어서다. 개별 공정마다 작업자들이 RFID를 스캔하면 TV 화면에 차량 정보와 고객의 요구사항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조립 홀 담당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차량에 부착된 종이를 읽으며 작업을 했지만, 이제는 RFID를 통해 보다 직관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카이엔 일렉트릭의 조립 공정은 기존 내연기관 라인을 그대로 활용했다. 그러나 조립 공정에 앞서 차체와 차대를 생산하는 공정은 지난해 리모델링된 '플랫폼 홀'에서 카이엔 일렉트릭 단독으로 이뤄졌다. 이곳에서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차대가 만들어졌고, 측면 패널과 루프, 도어, 보닛, 테일게이트가 순차적으로 장착돼 차체를 이뤘다.
플랫폼 홀 내 모든 공정은 로봇팔이 도맡았다. 플랫폼 홀 담당자는 "총 430개의 로봇팔이 플랫폼 홀에 있다. 교대 근무자가 40명인 걸 감안하면 10배 이상 많은 수준"이라며 "볼트와 너트를 조이고 부품을 용접하는 것은 물론 치수를 재고 이격 여부를 확인하는 것까지 로봇팔이 카메라를 통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플랫폼 홀에서 본 단순노동 작업자는 도어 패널의 접착제가 빠져나온 부분을 손으로 닦는 작업자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로봇에게 학습시켜 조만간 자동화된다고 한다.
물류 시스템 역시 바닥의 검은 선을 따라 이동하는 무인운반차량(AGV)과 12m 높이 천장에 깔린 컨베이어 벨트 대차에 의해 자동화된 상태였다. 플랫폼 홀 담당자는 "이제 인간 작업자는 설비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이상 발생 시 소프트웨어를 고치거나 부품을 교체하는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며 "더 이상 망치를 들고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 홀과 조립 홀을 거쳐 완성된 카이엔 일렉트릭은 오는 하반기부터 글로벌 시장에 인도될 예정이다. 최상위 모델인 '터보' 기준 최고출력은 포르쉐 역사상 가장 강력한 850㎾(약 1156마력)에 최대토크는 1500N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초에 불과하다.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으로부터 셀을 공급받아 포르쉐가 PSBS에서 직접 모듈로 만든 NMCA(니켈·망간·코발트·알루미늄)가 탑재된다.
포르쉐는 카이엔 일렉트릭의 글로벌 판매를 견인할 지역으로 유럽과 한국 시장을 꼽았다. 더크 브리첸 포르쉐 AG 카이엔 모델 라인 디렉터는 "미국은 각종 규제와 정치적 이유로 전기차 시장이 어려워졌고 중국은 이번 출시 지역에서 제외됐다"며 "유럽은 전기차 시장이 계속 성장 중이고, 한국은 기존 포르쉐 전기차 1·2호 모델인 '타이칸'과 '마칸 일렉트릭'의 반응이 좋았기에 양호한 판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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