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전동화 심장 'PSBS' 최초 공개…"LG엔솔과 협업 계속"
슬로바키아서 카이엔 일렉 탑재 모듈 전량 생산
축구장 5개 크기, 로봇팔 362대로 셀 가공부터 테스트까지 무인화
- 김성식 기자
(호르나스트레다=뉴스1) 김성식 기자
"차량이 최고 성능을 내려면 모든 부품을 자체 역량을 통해 생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기차에선 배터리 수준이 주행 성능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배터리 모듈을 자체 생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세계 최초로 글로벌 취재진에게 공개된 슬로바키아 서부 호르나스트레다 소재 '포르쉐스마트배터리숍'(PSBS). 포르쉐의 준대형 SUV이자 브랜드 세 번째 전기차인 '카이엔 일렉트릭'에 탑재되는 113KWh급(총용량 기준) 고전압 배터리 모듈은 모두 이곳에서 생산된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으로 최고출력이 1000마력(PS)에 달한다.
포르쉐가 배터리 모듈 제조 과정에 직접 뛰어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출시한 포르쉐 첫 전기차인 고성능 스포츠카 '타이칸'과 두 번째 전기차인 중형 SUV '마칸 일렉트릭' 모두 배터리 모듈을 외부 업체를 통해 생산했다. 포르쉐는 모듈 내재화를 위해 2023년 1월 기존 연구개발 센터 내 유휴 부지에 축구장 5개 크기(약 4만 200㎡)의 생산홀을 건설, 2024년 5월 첫 완성형 모듈을 출하했다.
마르쿠스 크로이텔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 이사회 회장은 배터리 모듈 내재화를 결심하게 된 이유로 '차량 성능 향상'을 꼽았다. 배터리 모듈 생산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수집되기 때문에 모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체 분석으로 즉각 수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PSBS 내 연구개발 센터가 수집된 데이터를 관리·분석한다.
모듈 재료인 배터리 셀은 모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파우치형 NMCA(니켈·망간·코발트·알루미늄)로 공급한다. 더크 브리첸 포르쉐 AG 카이엔 모델 라인 디렉터는 "카이엔 일렉트릭 프로젝트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4년째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르쉐의 배터리 모듈 내재화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협업한 산물"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셀은 퍼포먼스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다. 배터리 콘셉트나 공급사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카이엔 일렉트릭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800V 전압 시스템과 효율적인 구동 시스템이 결합돼 1회 충전 시 600㎞ 이상의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PSBS 생산홀에 들어서자 성인 남성보다 큰 노란색 로봇팔이 기계음을 내며 움직이는 모습이 펼쳐졌다. 11m 높이의 천장에는 자동화된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돼 각종 부품과 배터리 모듈이 대차에 실려 취재진 머리 위로 운반됐다. 바닥에는 검은 선이 그려져 있었는데, 자동운반차량(AGV)이 이 선을 따라 배터리 셀을 실어 날랐다.
생산 설비 곳곳에선 직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로봇팔이 모듈 조립부터 검수까지 수행했다. 로봇팔 대수만 362대로 행정·경비 업무를 포함한 전체 직원수(150명)의 두배 이상이었다. 크로이텔 회장은 "95%의 자동화율을 달성했다. 인간이 작업하면 피로도가 쌓이고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자동화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치된 직원들은 공정을 분석하는 고급 인력"이라고 부연했다. 부품을 나르고 조립하는 단순노동 인력은 없는 셈이다.
배터리 모듈은 크게 △셀 준비 △스택 포메이션(적층) △하우징(모듈화) △냉각판 접합 △엔드-오브-라인 테스트 등 5단계를 거쳐 만들어졌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한 파우치형 NMCA 배터리셀들은 기계에서 자동으로 세척돼 모든 입자가 제거되고, 규격에 맞게 절단됐다.
준비된 셀은 AGV에 실려 스택 포메이션 공정으로 이동했다. 말 그대로 셀을 쌓아 올리는 공정으로 셀의 정확한 위치를 찾고 규정된 간격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셀 사이에는 팽창을 방지하는 컴프레션 패드(면압패드)가 삽입됐다. 로봇팔이 셀을 돌려가며 컴프레션 패드를 붙인 뒤 그 위에 또 다른 셀을 올렸다.
총 32개의 셀이 쌓이면 1개의 모듈이 완성된다. 모듈 1개의 무게는 90㎏에 육박했다. 모듈은 컨베이어 벨트 대차에 실려 하우징 공정으로 이동, 하우징에 삽입돼 안전하게 고정됐다. 모듈 하우징 밖에는 냉각판이 접합돼 영구적이고 효율적인 연결을 보장했다. 하우징과 냉각판 적합 역시 로봇팔이 도맡았다.
마지막으로 엔드-오브-라인 테스트에선 로봇팔이 각종 누설 테스트와 치수 검사, 절연 측정을 진행한 뒤 고유의 일련번호를 각인했다. 출하된 배터리 모듈은 외부 계약업체로 이동해 6개의 모듈이 하나의 팩으로 패키징된다. 완성된 팩은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공장에서 조립되는 카이엔 일렉트릭에 1대당 1팩씩 장착된다.
크로이텔 회장은 "셀 가공부터 엔드-오브-라인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산업 경험과 최첨단 배터리 기술을 PSBS에서 결합하고 있다"며 "전 과정 수직 통합 체계를 통해 포르쉐 전동화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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