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25% 트럼프 '엄포'…현대차그룹 美 로보틱스 투자 빨라진다

트럼프 "한국車 25% 관세"…"협상 순식간에 파기되지 않을 것"
HMGMA 생산 '램프업' 현지화·美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 가속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2028년까지 21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재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동성이 재확인된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현지 생산 확대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최근 '로보틱스'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대미 투자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다만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다시 25%로 높일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국회의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촉구하기 위한 엄포라는 분석이다.

2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의 한미 관세 협상 미합의를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트럼프 입' 정책 변동성 대응, HMGMA 생산량 20만대 이상 '램프업'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한 사례라면서도 결국 현지화 전략을 통한 대응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25% 관세 적용 어려움에도 연간 183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또다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시장 점유율도 1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미국 4위 자리를 지켰다.

역대 최다 판매에도 관세로 수익성은 악화했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지난해 2~3분기 관세에 따른 영업손실은 약 4조 6000억 원에 달했다. 4분기 관세 비용을 고려하면 연간 손실액은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관세가 다시 25%로 인상하면 올해 현대차·기아의 영업손실이 4조~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관세 손실을 최대한 만회하기 위해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을 최대한 빠르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했다. 연산 30만 대로 지은 이 공장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10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고, 향후 HMGMA 생산 캐파를 연산 50만 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 캐파는 120만 대까지 늘어나게 된다.

HMGMA는 가동 첫해인 지난해 6만여 대를 생산했다. 올해 생산량을 20만 대 이상으로 늘려 미국 판매의 절반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한다는 목표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5가 생산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판매 및 DB 금지) 2025.3.27/뉴스1
"BD '아틀라스' 필두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미국 생태계 구축 가속화"

로보틱스 분야 대미 투자도 가속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CES 2026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피지컬 AI 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아틀라스를 HMGMA 생산 라인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HMGMA 인근에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착공하고, 또 50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 이를 위한 데이터센터도 구축, 미국 내 로보틱스 생태계 핵심으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노조의 아틀라스 생산 현장 투입 반대 목소리도 로보틱스 대미 투자를 더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 "단 1대의 (휴머노이드)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투입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정책 변동성은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더 명확하게 할 전망"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나믹스에 대한 지분을 88%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미국에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고, 공장에서 나온 액션 데이터로 로봇 훈련 센터를 운영하고, 로봇을 생산하면서, 미국 로봇 생태계에서 대체할 수 없는 회사로 성장해 갈 것"이라며 "상반기 내로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에 대한 투자 규모, 지분율, 각 계열사에 대한 역할이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시제품(왼쪽)과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무대에 공개돼 있다. 2026.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한국車 관세 25%" 날벼락…"관세 협상 후속 조치 촉구 '엄포' 가능성 커"

트럼프의 관세 인상 언급은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엄포용'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은 지난해 7월 무역 합의와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미국 전략 산업 분야에 총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여당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했으나, 야당인 국민의힘과의 의견 차이로 아직 국회에 머물러 있다.

이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관세 협상에 따른 본격적인 대미 투자가 이뤄진다. 미국은 지난 13일 한국에 지난해 양국이 합의한 무역 관련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이행을 촉구하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현재 캐나다 잠수함 수주 지원을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면담하는 등 진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지금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며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양국 정부 간 수개월에 걸친 협상을 통해 합의된 내용이 순식간에 파기될 것으로 전망하지 않는다"며 "정부 대응 및 양국 협상 등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