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우려하던 위기 현실로…문제 숨기지 말고 보고해야"(종합)
그룹 신년회서 자율주행 실기 인정…전사 차원의 고강도 체질개선 주문
피지컬 넘어 디지털 AI 내재화 당부…"외부 LLM 사서 쓸 생각 버려야"
- 김성식 기자,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이동희 기자
"우리를 지켜줄 가장 큰 버팀목은 바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되는 체질 개선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5일 온라인으로 열린 현대차그룹 2026년 신년회에서 "올해 그동안 우리가 우려하던 위기 요인들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리더들은 숫자와 자료만 보는데 머물지 말고, 모니터 앞을 벗어나 현장을 방문하고 사람을 통해 상황의 본질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고 명확한 의사소통,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민첩한 의사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부문별로 체질 개선에서 속도 차가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일부 조직은 과거 방식에서 못 벗어난 것 같다"며 "문제를 숨기지 않고 수면 위로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문제를 바로 드러낼 수 있도록 조직 리더들이 앞장서서 치얼업(Cheer-up·격려) 해달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최근 뒤처졌다는 지적을 받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과 관련해선 경쟁사 테슬라의 행보와 비교하며 "우리의 확보 역량이 불충분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AI)이 촉발한 환경 변화에 맞서 나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된다. 내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이것은 실패일 수 없다'는 정주영 창업회장의 지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을 움직여온 가장 강력한 힘은 어떠한 시련도 끝까지 도전하는 정신에 있다"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새해를 맞아 전 세계 임직원 7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직원들은 그룹의 시급한 과제로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기술 역량 강화를 첫손에 꼽기도 했다.
SDV 전환과 관련해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금까지 SDV라는 도전의 영역에서 우리가 쌓아온 것들이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를 실현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 믿는다"며 "지금도 우리는 완성도를 지속해서 높이고 있고, 다양한 차종에 SDV를 전개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티투닷(42dot)과의 협업 체계도 변함없이 유지하며, SDV 기술이 적용되는 주요 개발 프로젝트 역시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Motional)도 2023년부터 아이오닉5 로보택시 실차 테스트를 통해 지속해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AI 기술 내재화도 당부했다. 그는 "제조 로봇 등 피지컬 AI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디지털 AI는 외부에서 사서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임직원들이 많다"며 "디지털 AI가 혁신의 원천이다. 자체 언어모델 연구를 통해 체화된 AI가 있어야 범용인공지능(AGI) 확보가 가능하고, 자율주행에 활용할 수 있다"고 직격했다.
장 부회장 역시 "AI도 우리 안에서 해보고 시행착오를 우리의 근육이 생길 수 있다"며 AI 기술 내재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의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R&D 역량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와 피지컬 AI를 함께 고도화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다양한 제조 현장 경험을 결합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로봇들이 다양한 제조 현장에서도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내재화 기술을 실제 사업으로 연계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공장과 거의 동일한 조건을 갖춘 로봇 데이터 수집 및 성능 검증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시설에서 축적된 현장 데이터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과 결합해 피지컬 AI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이는 한편 먼저 성능을 입증하고 외부에 출시한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물류 로봇인 스트레치(Stretch)와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은 그룹 내부와 외부 현장에서 실제 사용 데이터를 꾸준히 쌓으며 성능과 안전성, 비용 경쟁력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도 향후 사람들이 위험한 환경과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장 부회장은 내다봤다.
이날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각 사의 올해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는 유연한 글로벌 생산 전략과 공급망 재구성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하이브리드-전기차(EV)-내연기관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라인업, 지역별 고객 맞춤형 제품 전략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시장 경쟁력, 브랜드 신뢰도, 품질 등 현대차 고유의 강점들을 바탕으로 주요 모델 출시와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 도입, 유럽 및 신흥시장에서의 위상 강화 등을 통해 성장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기아는 올해 6% 이상 성장을 목표로 매우 도전적인 계획을 수립했으며, 과감한 도전을 통해 위기 상황을 지속 성장의 모멘텀으로 활용하고, 신규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올해 성장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지난해 '세계 올해의 밴'을 수상한 첫 목적기반차(PBV) 'PV5'를 중심으로 PBV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를 지속 확대하고, '텔루라이드', '셀토스' 등 볼륨 신차의 성공적 출시,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신규 판매법인 설립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사로서 새로운 아키텍처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SDV의 양산과 확대 전개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터페이스 설계를 표준화하고, 오픈소스 생태계에 참여해서 글로벌 SDV 표준 확산에 기여하는 등 SDV 전환을 함께 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로보틱스 핵심부품 사업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올해 현대차그룹 R&D본부장에 취임한 만프레드 하러 사장은 SDV 및 자율주행 개발 현황을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만프레드 하러 사장은 "SDV 페이스카(Pace Car)를 통해 계획대로 양산 체계 구축과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확보한 기술 역량을 차세대 모델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현대차그룹은 고객 안전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어 SDV와 자율주행 기술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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