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기차 "英 보조금 지급 첫 포함"…FTA 무관세 혜택 수출 '가속'

기아 EV4·PV5, 英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대당 290만 원 지원
韓英 FTA 개선 협상 최대 수혜 '전기차'…유럽 점유율 확대 발판

영국에서 판매되는 기아 준중형 전기 세단 'EV4'의 모습(자료사진. 기아 영국 홈페이지 갈무리). 2025.12.24.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기아의 준중형 전기 세단 'EV4'와 중형 전기 목적기반차(PBV) 'PV5'가 한국차 중 처음으로 영국의 신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한·영 자유무역협졍(FTA) 개선 협상 타결로 무관세 혜택이 확대돼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KG모빌리티(003620) 등이 생산한 국산 전기차의 영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기아 EV4와 PV5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인 '밴드2' 차량 리스트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영국 소비자들은 두 차량을 구매할 때 1500파운드(약 290만 원)의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판매 가격에서 보조금 액수만큼 자동 제외되기 때문에 가격 할인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지난 7월, 전임 보수당 정부가 폐지했던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3년 만에 되살렸다. 3만 7000파운드(약 7300만 원) 이하인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을 밴드 1·2로 구분해 선정한다. 밴드1 차량은 3750파운드(약 740만 원), 밴드2 차량은 1500파운드(약 290만 원)의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기아, 국제 탄소감축 'SBTi' 인증 완료…英 전기차 보조금 선정 요건 갖춰

노동당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따라 한국차가 혜택을 보는 건 이번 EV4와 PV5가 처음이다. 그동안 포드 등 미국 브랜드나 폭스바겐·르노 등 유럽 브랜드, 도요타·닛산 등 일본 브랜드의 차량만 지급 대상이었다. 글로벌 환경기구인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승인을 받은 제조사 차량만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그간 보조금에서 제외된 현대차·기아는 경쟁 전기차의 보조금 지급액만큼 자체 지원금을 제공하는 형태로 가격 경쟁력을 사수해야 했다.

SBTi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공동 설립한 글로벌 환경기구로 개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파리협정의 '1.5도 시나리오'에 부합하는지를 검증한다.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한 일종의 '무역 장벽'인 셈인데, 일찌감치 인증을 완료한 르노(2019년), 닛산(2021년), 포드(2020년), 폭스바겐·도요타(2022년) 등과 달리 현대차·기아는 지난 8월에야 SBTi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가입 4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심사를 통과, 지난 4일부로 관련 인증을 획득했다.

현대차·기아 모두 SBTi 인증이 완료됨에 따라 앞으로 영국 보조금을 받는 양사 전기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제조사 SBTi 인증 획득 외에도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대상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0g △항속거리 100마일(160㎞) 이상 △3년 또는 6만 마일(약 9만 6000㎞) 차량 보증 등이 추가로 있지만, 현대차·기아 전기차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앞서 보수당 정부 보조금이 마지막으로 시행된 2021년까지 현대차'아이오닉5',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 '쏘울 EV' 등이 최대 2500파운드(약 500만 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자동차 포럼 '퓨처 오브 더 카 서밋'에 전시된 휠체어 탑승자를 배려한 기아의 중형 전기 목적기반차(PBV)'PV5 WAV'의 모습(기아 제공). 2025.05.13.
한국산車 英무관세 요건 완화, 전기차 수혜…현대차·기아 점유율 10%서 상승할듯

한·영 FTA 개선 협상이 지난 15일(현지 시각) 타결된 것도 한국산 전기차의 영국 수출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발효된 한·영 FTA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를 영국으로 수출할 경우 수입차 기본 관세율인 10% 대신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당사국 내 부가가치(부품·재료 비중) 발생 비중이 55%를 넘겨야 했다. 그러나 이번 개선 협상 타결로 무관세 혜택이 적용되는 부가가치 발생 비중이 기존 55%에서 25%로 낮아졌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리튬·흑연 등 수입 원료의 가격에 따라 산출되는 부가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이번 기준 완화로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되는 한국산 전기차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 10% 관세율을 적용받던 전기차가 무관세로 전환되면 인하된 관세율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어 현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이번 한영 FTA 개선 협상에 따른 최대 수혜 분야로 전기차가 꼽히는 이유다.

현재 영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전기차 중 체코에서 생산하는 '코나 일렉트릭'을 제외하면 아이오닉 5·6·9 시리즈 등 대부분의 전기차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기아는 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하는 'EV2·4' 일부 물량을 제외하면 PV5와 EV4·5·6·7 시리즈 등을 한국에서 생산해 영국으로 수출한다.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를 독일에 수출하고 있는 KG모빌리티도 이번 개선 협상에 따라 내년 영국 시장에 무쏘 EV를 출시하면 무관세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자동차 시장은 유럽국 중 2위 규모이며 전기차 비중도 높은 편이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자동차 판매량은 195만 대로 1위 독일(281만 대) 다음으로 많았다. 이 중 전기차(BEV) 비중은 19.6%로 유럽 평균(15.4%)을 웃돌았다. 영국자동차산업협회(SMMT)는 올해 영국 자동차 시장이 6년 만에 처음으로 200만 대를 돌파하고, 전기차(BEV)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2.8% 급증해 그 비중이 23%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영국 신차 시장에서 판매 4위(기아)·6위(현대차)를 기록 중이며, 합산 점유율은 10.5% 수준이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자동차 준중형 전기 SUV '아이오닉 5'의 모습(현대차 영국 홈페이지 갈무리).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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