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뉴노멀' 車 업계 '단기 호재'…현대차, 美관세 일부 상쇄

100원 오르면 현대차 2.2조 기아 1.3조 영업익 증가
장기화땐 내수 위축·부품사 원가 상승 우려…수입차 가격 인상 압박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2025.11.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00원 후반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자동차 업계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아 고환율 효과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지만, 고환율 장기화로 인한 내수 침체 및 수입 비용 증가 등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수출 중심 완성차, 고환율에 '수익성 개선' 기대

23일 업계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10월 초 1400원대에 진입한 이후 가파르게 올라 최근에는 1500원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달러·원 환율이 1475.6원으로, 올해 최고점을 썼던 지난 4월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이 높은 환율은 자동차 산업에 단기적으론 호재로 평가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내수 판매보다 수출량이 더 많은 만큼 환율이 높은 만큼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환율이 100원 상승 시, 각각 연간 2조2000억 원, 1조3000억 원이 영업이익 증가분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는 고환율이 최근까지 이어진 관세 부담을 일부 상쇄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한다면 관세로 인한 현대차·기아의 관세 비용을 30% 정도 만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 비중이 큰 한국 완성차업체의 경우 고환율이 일정 수준까지는 수익성 방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특히 관세 부담의 단기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 장기화 땐 '내수 침체·원가 상승' 우려

반면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내수 시장 위축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원자재·부품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 차량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는 163만5000대로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신차 공급 정상화와 SUV 중심 이연 수요로 판매량이 전년 소폭 증가하고 있는데,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내년 시장은 다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수입 차량의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캐딜락 코리아는 '에스컬레이드 IQ'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고환율을 이유로 미국보다 약 5000만 원가량 비싸게 가격을 책정했다. 수입차 가격 상승은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키우고, 내수 시장 전체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주요 부품과 원자재 상당수가 해외에서 조달되는 만큼,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2·3차 협력업체는 완성차업체 대비 협상력이 부족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최종적으로 완성차 업체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 계획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고환율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를 산업에 미칠 핵심 변수로 꼽고 있다. 다만, 최근 흐름으로 볼 때 단기간에 환율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미 국내 산업 전반에는 고환율의 장기화를 상정한 '뉴노멀' 이야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비용 구조 개선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