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슈퍼크루즈' 韓 도입…판매 반등·철수설 진화 '두 토끼 잡나'
HD맵·OTA 구축에 100억 투입…에스컬레이드 IQ 초도 물량 사실상 완판
직영센터 폐쇄·국내 생산 신모델 부족 지적 "생산·서비스 확대 관건"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GM이 핸즈프리 주행보조 기술 '슈퍼크루즈'를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한국에 출시하면서 '판매 반등'과 '한국 철수설 진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최신 기술력을 탑재한 신차 출시는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을 반등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국내 생산 신차 출시가 부족해 '수입 브랜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로 인해 철수설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GM은 19일 서울에서 신차 쇼케이스를 열고 캐딜락의 플래그십 전기 SUV '에스컬레이드 IQ'를 선보였다. 이 모델은 1회 충전 시 최대 739㎞(국내 기준)의 주행거리와 750마력의 프리미엄 모델로 20일부터 국내 판매가 시작된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슈퍼크루즈다. 슈퍼크루즈는 차선 유지·속도 조절·차간거리 제어 등을 운전자의 스티어링 조작 없이 수행하는 레벨2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GM은 한국 도입을 위해 고정밀 지도(HD 맵) 구축과 OTA(무선 업데이트) 인프라 개발에만 100억 원 규모의 순수 기술개발비를 투입했다.
슈퍼크루즈 적용 차량을 출시한 것은 미국, 중국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GM은 이를 두고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GM을 둘러싼 불안감은 적지 않았다. 신차 출시 지연, 내수 판매 부진,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 등으로 "한국 시장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슈퍼크루즈 출시가 발표되면서 GM이 한국 시장에서의 존재감 회복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GM은 "단순히 차량 1대 출시를 위해 100억 원을 투입한 것이 아니다. 한국 시장을 위한 장기적 기술 인프라 구축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헥터 비자 레알 GM한국사업장 사장 겸 CEO는 이날 "한국에서 신차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행사에서 고객과 언론에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향후 대대적인 신차 출시를 예고했다.
에스컬레이드 IQ에 대한 초기 관심은 한국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 에스컬레이드 IQ는 국내에 프리미엄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출시되며, 판매 가격은 2억7757만 원이다. 최근 높아진 환율과 운송 비용 등으로 인해 미국 현지보다 약 5000만 원가량 비싸지만, 사전 구매 상담 기간 올해 한정 공급되는 차량이 이미 전량 예약 마감돼 초도 물량 완판이 기대된다.
캐딜락 코리아는 "프리미엄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시장 수요를 먼저 판단하고자 했다"며 "초기 반응이 좋다. 고객 선호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물량에는 트림·색상 다양화를 적극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신차 출시와 함께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진 것도 GM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관세 인하로 인해 한국GM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2조8000억 원에서 7000억 원가량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도 남아있다. 국내 생산 신차가 아닌 해외 생산 모델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할 경우 '수입차 브랜드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에서 생산하는 신차를 출시해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GM이 내년 2월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을 종료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철수설 불씨가 이어지고 있다. 직영 정비 폐쇄는 관세 대응과 사업 운영 효율화 차원의 결정일 뿐 철수설과는 무관하다는 게 한국GM의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직영 서비스센터 철수가 생산과 판매, 정비와 부품 공급까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날 전국금속노조 한국GM 지부는 쉐보레 직영 서울서비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영 정비센터 폐쇄를 저지하기 위한 비대위를 출범하고 총력 투쟁에 돌입한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업계 전문가는 "신차 투입만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모델 확대,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 합리적 가격 전략 등 실질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국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쉐보레)의 연간 판매량은 2016년 16만8928대에서 지난해 2만4291대로 줄었다. 올해(1~10월)도 전년 동기 대비 45.2% 줄어든 1만3105대에 그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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