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GM 美 기업 자율주행 공습 예고…韓, 글로벌 협업 '맞대응'
미국산 FSD·슈퍼크루즈 연내 상륙…FTA·관세 협정으로 기술 유입 가속
현대차–웨이모 협력 확대, 정부 지원 본격화…국내 기술력 확보 속도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테슬라가 '감독형 FSD'(Full Self Driving)' 도입을 예고하고 한국GM이 연내 '슈퍼크루즈' 출시를 준비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이 미국발 자율주행 공습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선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한 규제 개혁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FSD 감독형, 다음 목적지: 한국'이라는 문구와 함께 국내 도로에서 FSD 감독형 기능을 활용한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한국GM도 슈퍼크루즈가 적용된 캐딜락 플래그십 전기 SUV '에스컬레이드 IQ'를 연내 한국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FSD 감독형과 슈퍼크루즈 기술은 모두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차량이 스스로 가감속과 조향을 수행해 '핸즈프리 주행'이 가능하다. 완전하진 않지만, 운전자가 핸들을 잡을 필요가 없는 만큼 '자율주행'이란 이름에 걸맞은 기능이다.
국내 자율주행 시장에서 미국 브랜드가 국내 업체보다 빠르게 상용화에 나서는 배경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세 협상이 자리한다. 한미 FTA 협약에는 미국에서 인증을 완료한 미국산 자동차 5만 대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인증을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이번 관세 협상 결과 '5만 대 제한'이 폐지되면서 미국산 완성차의 국내 진출 문턱은 더 낮아졌다.
자율주행 기술 강국으로 꼽히는 중국산 자동차가 국내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행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미국발 공습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다. 테슬라 FSD를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은 미국산 차량에 한정되는데, 현재 국내 판매 테슬라 대부분은 중국산이어서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은 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캐딜락의 국내 판매량도 많지 않아 에스컬레이드 IQ의 시장 반응 역시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자율주행 시장의 선점 효과를 감안하면 장기적 주도권은 미국 브랜드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된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압도적 우위를 확보한 배경 역시 신기술의 '초기 점유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뒤처진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능은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어야 하는 보조적 기능 수준에 머문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에 따르면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9.2%에 불과하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중국 5곳, 미국 2곳, 독일 3곳이 포진했고 현대차그룹은 11위권이다.
미국 업체들은 이미 수천만㎞의 실도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중국도 대규모 도시 단위 실증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반면 한국은 규제, 실증 제한으로 데이터 축적이 늦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인증 장벽을 낮추는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요구가 이어진 이유다.
최근 정부가 'K-모빌리티 글로벌 선도전략'을 발표하며 기술 추격 의지를 밝힌 점은 긍정적이다. 정부는 2028년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양산을 목표로, 2026년까지 △자율주행 데이터 공유·활용 가이드라인 마련 △임시 운행 제한구역 완화 △AI 학습영상 비식별처리 의무 완화 △자율주행 시범운행 지구 확대 등의 제도 개선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도 발맞춰 글로벌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웨이모(Waymo)와 손잡고 아이오닉5 기반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 시범 운영을 확대 중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SNS를 통해 이에 대해 "더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서비스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주요 이정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미국, 중국이 기술 선도국으로 입지를 강화하는 만큼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5년·10년 단위로 기술이 비약적으로 진화한다. 지금의 작은 격차가 미래 시장의 큰 차이를 만든다"며 "한국이 자동차 생산 강국이라도, 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뒤처지면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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