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보조금 폐지 후폭풍…車업계 생산라인 중단·감원 칼바람
보조금 종료 후 수요 급감…현대차 라인 가동중단·GM 인력 감축
테슬라 '저가형' 기존 OEM 하이브리드 회귀…"시장 변곡점"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미국 연방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폐지한 이후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중단이나 인력 감축 등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10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같은 달보다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9월 30일부로 차량당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된 영향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달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각각 58.5%, 66.4% 감소했다.
판매 감소는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북미 지역 전기차 판매량은 144만3000대로, 중국(947만1000대)과 유럽(298만1000대)에 이어 3위로 밀렸다.
친환경차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이번 수요 위축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내년 미국의 완전 전기차 판매 비중이 기존 전망치(13%)의 절반 수준인 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에도 미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18%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 유럽(40%)과 중국(51%)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의 대응 방향은 엇갈린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는 모델Y와 모델3의 보급형 트림 '스탠더드'를 출시해 가격 부담을 낮추고 있다. 두 모델은 기존보다 약 5000달러(약 700만 원) 저렴해 보조금 폐지로 인한 실구매가 상승분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
반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고, 기아는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출시를 예고했다. 일본과 유럽 브랜드들도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 조정과 구조조정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에서 1200명, 오하이오주 배터리 공장에서 550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포드는 내년 200만 대 전기차 생산 목표를 철회하고 계획을 전면 재검토 중이며, 닛산은 2028년부터 미국 내 생산을 계획했던 신형 전기차 2종의 양산을 보류하기로 했다.
국내 역시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 1공장의 아이오닉5 생산라인(12라인)을 이달 중순 일시 중단하고, 생산 속도(UPH)를 기존 27.5대에서 17.5대로 낮추기로 했다. 수출 물량 조정과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단순한 제도 종료가 아니라, 시장의 방향성을 바꾸는 변곡점"이라며 "하이브리드 중심의 회귀와 생산라인 유연화, 비용 절감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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