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車산업 출혈경쟁 장기화 전망…가동률 50%, 흑자 전기차 4곳뿐
자동차연구원 산업 보고서 "유휴 설비 연간 2천만대 규모"
"지방정부, 부실기업 연명 지원…구조조정 제한적, 불황 계속"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중국 자동차 산업이 외형적으로는 성장을 이뤘으나 수요·공급 불균형에 따른 출혈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 정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 조정도 쉽지 않아 지금의 불황이 장기화할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0일 발간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內卷)'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지만, 과잉 투자와 출혈 경쟁에 따른 '내권'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권(內卷·involution)이란 '안으로 밀려들어 간다'는 뜻으로 참여자들이 경쟁적으로 노력하나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산업 전반의 질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 비합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생산량 3000만 대를 돌파하며 17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전기차(BEV·PHEV) 생산량은 전 세계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를 상회하는 공급이 완성차 가격 하락을 유발해 업계 전반의 수익이 저하됐다는 게 한자연의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의 완성차 생산능력은 연간 5507만 대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해 내수 판매량은 승용과 상용을 합산해도 2690만 대에 그쳤다. 수출 물량을 포함하더라도 2000만 대 이상의 유휴 설비가 존재한다.
지난해 중국 국가통계국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산정한 자동차 공장 평균 가동률은 72.7%다. 그러나 그 대상을 전체 등록 자동차 제조사로 확대할 경우 실질 가동률은 50% 내외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산업 가동률이 75% 이하로 지속되면 과잉 설비로 간주한다.
공급 과잉은 전기차 판매 가격 하락과 완성차 업계 전반의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주요 전기차 제조사의 평균 차량 판매 가격은 2021년 3.1만 달러에서 지난해 2.1만 달러로 약 21% 하락했다. 완성차 업계 수익률은 2017년 8%에서 지난해 4.3%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중국 130개 전기차 제조사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BYD, 테슬라 중국법인, 리 오토, 지리 등 4개에 불과하다.
시장 논리상 부실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돼야 하나 지방 정부의 이해관계로 구조조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기업 파산 시 지역 경제에 미칠 파급을 우려해 지방 정부들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에 대해서도 저리 대출과 세제 감면, 직접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 중단과 자생적 수익 모델을 확보한 기업 중심의 재편 전략을 예고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첨단 산업 상징성을 고려하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직접 개입은 제한될 전망"이라며 "지방 정부가 관할 기업의 생존을 지원하는 가운데 개별 기업들이 간접적 가격 경쟁과 위탁 생산, 신흥시장 수출 등의 전략으로 저수익 환경 아래 생존을 도모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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