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15% 인하' 소급 시점 언제? 車업계 '수천억' 왔다 갔다
8월7일 기준 소급 적용 놓고 공방…EU 인정·日 미소급
현대차·기아 손익 수천억 원대 변수…업계 "불확실성 조속 해소"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미 관세 협상이 막지막 관문을 남겨 놓으면서 자동차 업계는 15% 인하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점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손익 규모가 수천억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 공개를 위한 최종 조율 단계에 있다. 협상팀 간 주요 쟁점은 상당 부분 합의에 이르렀지만, 미국 내 부처 간 검토와 법적 문구 조율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공개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당초 지난주 중 공개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일정은 이미 넘어간 상황이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자동차 관세 인하다. 한미 양국은 지난 8월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25%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후속 절차가 이행되지 않아 현재까지 25%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3분기 동안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각각 1조8210억 원, 1조2340억 원의 관세 부담을 떠안았다.
관심은 '15% 인하분이 언제부터 적용되느냐'다. 시점에 따라 기업들의 손익 규모가 수천억 원 단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8월 7일을 기준으로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확정하고 공식 발효한 날이다.
지난 4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사진)이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전 무역투자실장)와 나눈 문자 메시지에서 이러한 입장이 확인됐다. 박 차관보는 문자 메시지에 "관세 인하 시기와 관련… 우리가 제안한 8.7일 대신"이라고 썼다. 우리 정부가 8월 7일 소급 적용을 요청했으나, 미국이 난색을 보인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우리 정부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EU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지난 7월 말 EU와 관세 협상을 타결하고, 9월 24일(현지시간) 연방관보를 통해 EU산 자동차 관세를 8월 1일 자로 소급해 15%로 내렸다. 만약 8월 7일자로 소급 적용된다면 현대차·기아는 7000억 원의 세금을 보전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반응을 볼 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본 역시 소급 적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 9월 4일 15% 인하에 합의했지만, 실제 발효는 연방관보 게재 이후인 9월 16일이었다.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해당 기간 추가 관세를 부담했다.
이에 11월 1일 소급 적용이 최선이라는 분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 자동차 관세 15% 적용 시기를 "관련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1일로 소급 발효되도록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소급 시점은 물론,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해 불확실성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효력이 발생하는 명확한 시점이 합의돼야 업계 예측 가능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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