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가는 車 현실로"…현대차·기아, 아이디어 페스티벌 대상(종합)

타이어 회전시키는 전동모터…모터간 속도차로 대각선 이동 가능
7개월간 연구해 실물제작 성공…PBV서 영감, 배송 분야 활용

22일 경기 화성 소재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아이디어 경연대회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서 대상을 받은 참가팀 ANT 연구원들이 출품작인 '액티브 옴니 내비게이션 트랜스포터'(ANT)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한 모습(현대차·기아 제공). 2025.10.22.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기존 차량은 방향을 바꾸려면 타이어를 비틀어야 해 이동 경로가 곡선 모양으로 제한되는데, 이번에 출품한 모터휠은 타이어를 비트는 동작 없어 평면상의 어느 지점이든 곧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조향 장치에선 불가능했던 대각선 이동도 가능합니다."

22일 경기 화성 소재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아이디어 경연대회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무대. 이날 대상을 받은 참가팀 ANT의 황상우 책임연구원은 출품작 '액티브 옴니 내비게이션 트랜스포터'(ANT)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ANT는 두 개의 타이어에 전동모터가 결합한 형태다. 휠 전체를 회전하는 모터와 내부의 기어만 회전하는 모터가 각각 동기화돼 움직인다. 두 개의 모터가 동시에 움직이면 종방향 이동이, 두 모터 간 속도 차이가 발생하면 횡방향 이동이 가능하다. 이러한 휠의 모션을 적절히 조절하면 대각선 이동도 가능하다는 게 황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ANT팀은 현대차 새시 선행개발팀 책임연구원 3명(황상우·김민준·박우근)과 현대차 달탐사프로젝트팀 책임연구원 1명(성준호) 등 4명이 과거 현대차 모듈 개발에 함께했던 것을 계기로 의기투합해 올해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출전했다.

22일 경기 화성 소재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아이디어 경연대회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서 대상을 받은 출품작 '액티브 옴니 내비게이션 트랜스포터'(ANT)가 시연되는 모습(현대차·기아 제공). 2025.10.22.

아이디어는 현대차가 2020년 CES에서 발표한 목적기반차량(PBV) 청사진을 보고 떠올렸다고 한다. 황 책임연구원은 "관련 영상에서 저상형 PBV가 2차선 표면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며 "이러한 모션은 기존의 조향 장치로는 구현이 불가능해 로봇에서 활용되는 주행 방식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출품한 이후 7개월간의 연구 개발을 거쳐 실물 제작에 성공했다. 제작 비용과 공간은 모두 회사가 지원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전방향 타이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복잡한 구조로 인해 3D 프린팅으로 제작했다"며 "타이어 두 본을 만드는 데 총 50일이 걸렸는데 이 중 45일이 실패와 수정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전동휠 ANT가 상용화될 분야에 대해 황 책임연구원은 "당장 PBV에 적용하기에는 하중 문제가 있어 추가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면서도 "배송 모빌리티는 바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ANT팀은 발표 무대에서 과자를 실은 ANT를 관중석에 보내 과자를 나눠주기도 했다. 시제품임에도 최대 40㎏ 하중을 견딜 수 있다.

22일 경기 화성 소재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아이디어 경연대회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서 참가 연구원이 컨트롤러(CCP)를 활용한 차량 수납공간 잠금 시스템 '디지 로그 락'을 소개하는 모습(현대차·기아.제공). 2025.10.22.
16회차 사내 아이디어 경연대회, 본선 6점 올라…과거 수상작, 양산에 적용되기도

올해로 16회를 맞은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 R&D본부·AVP본부가 2010년부터 매년 개최해 왔다. 임직원들의 연구개발 의지를 북돋우고 창의적인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게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이번 경연은 현대차·기아가 전 세계 무대에서 쌓은 입지를 지속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해 '글로벌 챌린저'를 주제로 개최됐다. 공모가 시작된 지난 4월 양사 임직원들은 총 116팀이 각각 1개의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이 중 사전 심사를 거쳐 6팀이 이날 본선 무대에 올랐다. 각 팀은 7개월간 자기 아이디어를 실물로 제작해 이날 발표 및 시연을 가졌다.

최종 순위는 시연 직후 지난해 아이디어 페스티벌 수상자를 비롯한 임직원 심사위원단이 작품 구현성, 독창성, 기술 적합성, 고객 지향성 등을 평가해 결정했다. 대상을 받은 ANT팀에게는 상금 1000만 원과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견학 기회가 주어졌다. 최우수상 수상팀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견학 기회가 제공됐다.

22일 경기 화성 소재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아이디어 경연대회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서 참가 연구원이 선제적 엔진 냉각으로 트레일러 견인 성능을 향상한 시스템 '트레일러 토잉 프리 컨디셔닝'을 소개하는 모습(현대차·기아.제공). 2025.10.22.

최우수상으로는 △컨트롤러(CCP)를 활용한 차량 수납공간 잠금 시스템 '디지 로그 락' △선제적 엔진 냉각으로 트레일러 견인 성능을 향상한 시스템 '트레일러 토잉 프리컨디셔닝' 등 2점이 선정됐다. 우수상에는 △차량 번호판을 기반으로 한 차주 연락 서비스 '스냅 플레이트' △안전벨트를 활용한 차량 제어 장치 '디벨트' △발달 장애인의 불안 증세를 해소하는 탈부착형 에어 패드 'S.B.S' 등 3점이 올랐다.

현대차·기아는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도출된 내용을 실제 양산에 적용하고 있다. 2021년도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다기능 콘솔'은 2년 뒤 출시된 싼타페 5세대 완전 변경 모델에 '양방향 멀티 콘솔'로 탑재됐다. 2023년 아이디어 페스티벌 대상 수상작인 시각 장애인의 버스 탑승을 돕는 기술 '데이지'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실증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2일 경기 화성 소재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아이디어 경연대회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에 출전한 연구원들의 모습(현대차·기아 제공).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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