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5천달러 인하' 보급형 모델 Y·3 출시…전기차 '가격 전쟁'
美 보조금 종료·유럽 부진 타개 카드…中 저가 공세 '가성비'로 맞불
韓 전기차 시장 파급 관심…FSD·가격 경쟁 격화에 완성차 업계 긴장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테슬라가 기존 모델보다 최대 5000달러(약 700만 원) 낮춘 보급형 '모델 Y'와 '모델 3'를 출시했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종료와 유럽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가격 전략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모델Y, 모델3의 보급형 트림 '스탠더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모델Y는 3만9990달러, 모델3는 3만6990달러로 기존보다 약 5000달러 저렴하다.
주행거리는 321마일(약 516㎞)로 기존 대비 다소 짧고, 가속력과 오토스티어 등 일부 기능이 제외됐다. 뒷좌석 디스플레이, 앰비언트 조명, 글래스 루프도 빠졌다. 내부 소재 역시 고급 가죽 대신 블랙 텍스타일로 단순화했다.
이번 저가형 모델 출시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판매 둔화를 돌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해 1~8월 판매량은 98만5000대로 전년 대비 10.9% 감소했다. 북미 판매량은 37만4000대로 12.2% 줄었다. 주요 모델이 모두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저렴한 모델을 통해 소비자 가격 부담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판매량 역시 15만9000대로 21.5% 급감했다.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 늘었지만, 테슬라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가성비 모델을 선호하는 유럽 소비자들이 실속형 모델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에서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8월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121% 급증한 4만3529대로, 시장 점유율은 5.5%까지 올랐다.
BYD는 헝가리·터키 등지에 현지 공장을 세워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활용해 원가를 대폭 절감했다. 테슬라로선 가성비 라인업을 확충하지 않으면 시장 점유율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테슬라의 저가 전략이 국내 업체들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7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경쟁'이 확산하면 가격 조정 압박이 불가피다.
저가형 모델의 국내 출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국내 투입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Y가 국내에서 5299만 원으로 이미 가격 경쟁력이 높고, 국내에서 베스트셀링카로 입지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가성비 모델 판매가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출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가형 모델이 완전자율주행(FSD) 등 자율주행 경쟁의 신호탄이란 분석도 있다. 스탠더드 모델에 완전자율주행(FSD) 옵션은 8000달러(약 1136만원)에 별도 제공된다. 저렴한 모델을 출시해 구매 부담을 낮추고 FSD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보급 확대를 시도한다는 분석이다.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시작된 저가 전기차 전쟁이 북미·아시아로 확산하면 국내 완성차도 대응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며 "자율주행 경쟁도 본격화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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