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명 가슴 뛰게 한 F1 경주차 질주…"韓 F1 재유치 기대"[르포]

F1 경주차, 12년만에 국내서 질주…"엔진 소리에 심장 멎을 듯"
운전대 잡은 벤츠 드라이버 보타스…"韓 F1 재개최 못할 이유 없어"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소속 F1드라이버 발테리 보타스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AMG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쇼런 행사 ‘피치스 런 유니버스 2025’에서 메르세데스-AMG F1 W13 E 퍼포먼스를 타고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2025.10.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용인=뉴스1) 김성식 기자 = 12일 용인 에버랜드 AMG 스피드웨이. 포뮬러1(F1)에 출전하는 경주차가 이곳을 질주한다는 소식에 주최 측인 피치스 공식 추산 최소 2만 5000명의 관중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경기장에 입장해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대부분 20~30대였지만 가족 단위 관람객도 보였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관람객들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거나 계단에 발을 디뎠다. 키가 작은 어린아이를 위해 목말을 태운 아버지들도 곳곳에 포착됐다.

그 순간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 소속 발테리 보타스 선수가 탄 차량이 거친 배기음을 뿜으며 경기장에 들어왔다. 국내에서 12년 만에 울린 F1 경주차 소리에 관중들은 숨을 멎은 채 역사적인 순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소속 F1드라이버 발테리 보타스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쇼런 행사 ‘피치스 런 유니버스 2025‘에서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2025.10.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여자 친구와 경기장을 찾은 정대호 씨(27)는 "페트로나스팀 팬이라 지난해 싱가포르 그랑프리를 보고 온 적이 있다"며 "축제 분위기에 쌓인 싱가포르를 보고 무척이나 부러웠는데, 국내에서도 기름 냄새 맡게 돼 너무 황홀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어 "올해 개봉한 F1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모터스포츠에 입문한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며 "모터스포츠 팬들이 점차 늘어난 만큼 한국도 F1 그랑프리에 복귀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 씨 옆에 있던 김소연 씨(27)도 "모터스포츠 레이싱을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실제 F1 경기가 아닌 데모 런(시범 주행) 행사이지만 엔진 소리에 심장이 멎었다. 국내 그랑프리 개최를 간절히 응원한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소속 F1드라이버 발테리 보타스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 에버랜드 AMG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피치스 런 유니버스 2025‘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5.10.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날 개막식에서 보타스는 메르세데스-벤츠 F1 경주차 '메르세데스-AMG F1 W13 E 퍼포먼스'를 타고 스피드웨이 16개 코너로 구성된 서킷 4.3㎞를 주행했다. F1 경주차가 국내에서 달린 건 전남 영암에서 열린 2013 F1 코리아 그랑프리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데모 런 기준으로는 2012년 서울 잠수교 행사 이후 13년 만이다.

핀란드 국적의 보타스는 영암에서 F1 데뷔 경기를 치렀다. 이후 12년 만에 방한해 국내 F1 팬들을 만났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0일 한국에 입국했을 때도 정말 많은 팬이 플래카드를 걸고 환대해 줬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영암에서도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랑프리를 위해) 한국에 다시 온다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이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본다"며 "많은 한국 대중이 F1을 인지하고 서포트해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소속 피트 크루가 12일 오후 경기 용인 에버랜드 AMG 스피드웨이에서 ‘피치스 런 유니버스 2025‘ 쇼런 행사를 앞두고 F1 머신을 정비하고 있다. 2025.10.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날 세 차례 열린 보타스 선수의 데모 런 외에도 관람객이 양산 차에 동승해 서킷을 도는 '드라이브 런'과 보타스 선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포토 부스', 공터에서 원형의 스키드 마크를 남기며 주행하는 '도넛 드라이빙'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경기장 곳곳에서 열렸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 몰린 부스는 페트로나스팀 피트인 내부를 재현한 전시관이다. 대기 줄이 길게 늘어지면서 오후 한때 입장에만 1시간 넘게 소요됐다. 이곳에선 보타스 선수가 F1 그랑프리 경기에서 착용했던 헬멧과 의상, 오스트리아 그랑프리(2020), 튀르키예 그랑프리(2021)에서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 등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오스트리아 그랑프리 서킷을 재현한 1분짜리 시뮬레이션 게임도 가능했다. 김대수 씨(29)와 이민서 씨(25)도 "레이싱을 관람한 뒤 직접 시뮬레이션 게임까지 해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며 "비록 데모 런이지만 정말 많은 사람이 즐긴 행사였던 것 같다. 국내에서도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계속해서 열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경기 용인 에버랜드 AMG 스피드웨이에 설치된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1(F1)팀의 피트인을 재현한 전시관에 팀 소속 발테리 보타스 선수가 F1 오스트리아 그랑프리(2020), 튀르키예 그랑프리(2021)에서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가 전시된 모습. 2025.10.12/뉴스1 김성식 기자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