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車도 美관세 15% 확정…'벤츠보다 비싼' 제네시스 현실화

무역합의 지연에 韓 관세율 25%…美 프리미엄 시장서 유럽車 우위
제네시스, 가격 동결 역대급 판매고…대부분 韓 생산, 관세 눈덩이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레스파스 에트나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준대형 세단 'G80' 부분변경 모델(자료사진) 2024.1.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관세율이 15%로 낮아짐에 따라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미국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판매 제네시스는 2개 차종을 제외하면 전량 한국에서 수출되는데, 한미 무역 합의 채택 지연으로 한국산 자동차는 여전히 25%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어서다. 관세율 역전에 따라 미국 현지에서 제네시스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보다 비싸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EU車 2.5%→27.5%→15%…韓 0%→25% '관세율 역전'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은 24일(현지시각) 연방관보를 통해 EU와 지난달 21일 채택한 무역 합의에 의거, EU 회원국에서 수입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27.5%에서 15%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EU산 자동차는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시행한 지난 4월부터 기존 2.5%에 품목 관세를 더한 27.5%의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이번 조정으로 최종 관세율은 15%로 하향됐다. 시행일은 지난달 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이 시점 이후 더 높은 세율의 관세를 낸 유럽 자동차 기업들은 이를 환급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와 EU산 자동차 간 10%포인트(p)에 달하는 관세율 역전 현상이 현실화했다. 앞서 한미 통상당국은 지난 7월 31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 조건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이행 방안을 두고 양국 간 이견이 지속되면서 합의문 채택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는 지난 4월부로 25%의 관세율을 5개월 가까이 맞고 있다. 그 이전에는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헙정(FTA)에 따라 무관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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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8종 중 2종 '韓 생산'…관세 누적되면 가격인상 불가피

이번 미-EU 합의는 미국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진출한 유럽 자동차 기업들은 폭스바겐 정도를 제외하면 벤츠, BMW, 아우디, 볼보자동차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다. 통상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현지 생산보다 자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제네시스도 GV70, GV70 EV 등 2종을 제외한 6종(G70, G80, G80 EV, G90, GV60, GV80)을 모두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다.

역전된 관세율이 미국 판매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일부 한국산 제네시스는 독일산 벤츠보다 비싸진다. 현재 준대형(E 세그먼트) 세단인 제네시스 G80의 2025년형 모델 미국 권장소비자가격(MSRP)은 5만 8595달러부터 시작해 동급에 같은 연식인 벤츠 E클래스(6만 3600달러~)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25% 관세율 적용 시 G80 시작가는 7만 3243달러로 뛰어 15%를 적용한 E클래스(7만 3140달러)보다 높아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4월 이후에도 미국 판매 가격을 동결하며 현지 시장 점유율을 사수하고 있다. 이에 제네시스는 지난 2분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한 1만 9853대를 팔며 역대 2분기 최다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세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어서 지금처럼 동결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 2분기 현대차그룹이 부담한 미국발 관세 비용은 총 1조 6140억 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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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현지화 사활 건 현대차그룹…유럽 브랜드도 현지 생산 확대

현대차그룹은 관세에 맞서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현지화에 나서고 있어 차별화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볼보차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공장 증설 및 생산 차종 조정으로 현재 5% 수준인 미국 판매 물량의 현지 생산 비율을 2030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볼보차 XC60은 스웨덴이 아닌 찰스턴 공장에서 조립된다. 또한 스웨덴산 XC90도 찰스턴 공장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앞서 메르세데스-벤츠는 2027년부터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 공장에서 E클래스 등 핵심 차종을 현지 생산하겠다고 했고,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공장 연간 생산량을 40만대에서 48만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찰스턴에 위치한 볼보자동차 생산 시설(자료사진. 볼보차 미국법인 홈페이지 갈무리).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