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대 팔겠다더니 170대…'中 1위' BYD 전기트럭의 몰락

'포터·봉고 장악' 1톤트럭 출시…가성비 대신 '성능' 내세웠지만 소비자 선택 못받아
T4K 실패에도 BYD 한국 공략은 본격화…KGM과 배터리 공장 설립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의 포터와 기아(000270)의 봉고를 겨냥해 나온 중국 BYD의 1톤 전기트럭 T4K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포터·봉고 양강구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앞선 중국 완성차들처럼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이 같은 실패 속에서도 BYD가 점차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6~10월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 기아 봉고3 EV, BYD T4K의 누적 신규 등록대수는 각각 1만973대, 5028대, 170대 순이다.

BYD의 T4K는 올해 4월 처음으로 공개돼 6월부터 초도물량이 인도되기 시작했다. 올해 누적으로는 포터2 일렉트릭이 2만3635대, 봉고3 EV가 1만4083대로 T4K와의 격차가 더욱 커진다.

중국 1위 전기차 브랜드인 BYD가 국내에 처음 출시한 전기차라는 점에서 T4K는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 1톤 전기트럭 시장은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가 지배 중인 시장이다.

특히 그동안 중국 브랜드 완성차가 국내에서 가성비 전략을 쓴 것과 달리 BYD가 T4K의 성능을 알리는데 주력한 점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의식한 듯 GS글로벌·SK텔레콤·카카오모빌리티 등 한국과 공동으로 개발한 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쟁모델인 포터2 일렉트릭(4375만~4554만원)이나 봉고3 EV(4365만~4550만원)보다 비싼 4669만원을 출고가로 책정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서민의 발'이라 불리는 1톤 트럭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으로 수요가 정해져 있고 가격에도 민감하다.

그러나 현재 판매량은 출시 당시 올해 판매 목표로 잡은 3000대의 5% 남짓한 수준으로 BYD의 도전은 사실상 실패한 모습이다. 내년부터 대기환경개선특별법이 시행되며 디젤 1톤 트럭의 신규 등록은 금지되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포터·봉고의 LPG모델을 출시한 만큼 T4K는 존재감이 더욱 사라질 전망이다.

T4K(GS글로벌 제공)

특히 T4K는 BYD 전기 승용차의 국내 진출을 위한 전초전의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BYD는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상품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향후 승용차 진출까지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차량의 특징은 가성비인데 주행거리 등 성능이 국산 차에 비해 늘지 않았음에도 가격이 비쌌다"며 "1톤 트럭은 생계형 차량이기 때문에 편의성보다도 내구성이나 안정성이 중요하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선택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BYD는 직접 차량을 출시하는 전략 외에도 한국 시장에 서서히 스며드는 전략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배터리 회사이기도 한 BYD는 KG모빌리티(003620)와 함께 창원 엔진공장에 2024년까지 약 7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팩 공장을 설립한다. 첫 전기차 모델인 중형 SUV '토레스EVX'에는 BYD의 배터리가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국 브랜드에 깔린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낸다는 계획으로 해석된다.

김 교수는 "올해는 숨고르기를 한 BYD가 내년에는 가성비가 좋은 승용차 모델을 중심으로 국내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