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모' 현대차 울산공장 이틀째 생산차질…타이어업계도 피마른다
울산공장 2~5공장 가다서다 생산차질 …커지는 '셧다운' 위기
기아, 번호판도 발급 안된 신차 직접 이동…타이어업계도 출하 차질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가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공장을 타깃으로 삼은 지 이틀째인 9일 현대차 울산공장 등 곳곳에서 납품 지연과 생산 차질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공장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품 조달이 막히면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화물연대는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조합원의 납품 차량 진입을 막고 있다. 현재 일부 비조합원의 납품 차량만이 공장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납품 거부로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은 전날 오후조 근무부터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설비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1공장을 제외한 2~5공장의 생산라인이 이틀째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정확한 생산차질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납품 거부가 이틀째 이어지며 그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 자동차 생산 시스템은 제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JIT·Just In Time)'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부품이 단 한 개만 공급되지 않아도 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현대차 납품 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19개 운송업체 화물 노동자 중 70%가량이 화물연대 조합원 소속으로 알려져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공장을 셧다운 하기 전에 빈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는 '공피치'가 늘어날 수 있고, 나아가 납품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전체 공장이 멈춰서는 '셧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울산공장이 당장 가동을 멈추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부품 수급 중단이 계속될 경우 그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현대차 울산공장에만 집중되면서 다행히 다른 공장의 생산차질은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울산공장을 제외한 다른 공장의 (부품 조달은)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렇다고 생산 차질 여파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고 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카캐리어 운송이 중단되자 기아는 전날 광주공장과 광명공장에서 번호판도 발급 받지 못한 스포티지 신차 등 차량을 직접 적치장으로 운송했다. 적치장은 완성차를 출고 전에 임시로 보관하는 곳인데, 평소 카캐리어에 차를 실어 적치장으로 옮겼지만 카캐리어가 멈춰서며 직원들이 직접 차량 이동에 나선 것이다.
카캐리어의 운송 중단에 따라 고객이 신차를 배정받는 기간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고객들에게 화물연대 파업으로 신차 인도 시기가 지연될 수 있음을 공지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로드 탁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9년에도 화물연대 카캐리어분회가 장기간 파업에 나서면서 현대차의 출고 대란이 이어졌고, 당시 현대차는 새 차를 직접 운전해 소비자에게 인도한 바 있다.
타이어업계도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 화물연대 대전지부가 지난 7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공장 정문을 막으면서 컨테이너 40개(타이어 약 2만개)가 출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에는 7일보다 사정이 나아져 컨테이너 20개를 출하했다. 그러나 평상시 컨테이너 약 70개를 출고하는 것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합쳐서 평상시의 30~40% 수준으로 출고가 이뤄지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는 상황이 더 안 좋다. 화물연대가 금호타이어 공장 외 삼성전자 사업장, 기아 공장, 위니아 공장 등 대규모 사업장들이 있는 광주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어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에서 직접 출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파업에 대비해 미리 빼놓은 물량도 소진돼가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물류센터로 빼놓았던 물량이 이제 바닥을 보이고 있다"며 "다음 주로 넘어가게 되면 실질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물연대가 애꿎은 완성차를 볼모로 삼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와 르노코리아 협신회 등 10개 기관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반도체 수급 등 글로벌 공급위기에 더해 탄소 중립과 미래차 전환 등 구조적 어려움을 겪으며 생존 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종을 대상으로 파업과 물류 방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극단적인 이기적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자동차업계의 가동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파업과 물류방해 행동 등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며 "이런 요청에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인해 우리 업종에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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