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전기트럭 한국에 빨리 팔고 싶어…정부 인프라 지원 절실"
[인터뷰]수입 상용차 1위 이끈 박강석 볼보트럭코리아 대표
"ESG 추구 업체와 이미 협업 추진, 깃발 먼저 꼽겠다"
- 김민석 기자
(화성=뉴스1) 김민석 기자
"영국에서 판매 중인 100% 전기트럭 'FL'과 'FE' 라인업을 국내에 들여와 빨리 팔고 싶죠. 하지만 대형 전기상용차를 위한 충전소는 찾기 힘들고 정부 보조금도 없는데 구매하겠다는 고객이 있을까요. 친환경 상용차가 활성화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
박강석 볼보트럭코리아 대표가 23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본사에서 <뉴스1>과 만나 볼보의 '100% 전기트럭'을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글로벌 볼보 본사의 탄소중립 정책을 한국에도 실현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탄소 중립을 앞당길 전기트럭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이유는 있었다. 우리나라는 개인사업자 고객이 90% 이상으로 물류 플랫폼업체가 주요고객인 유럽시장과 차이를 보이는 데다 정비 및 충전을 위한 인프라가 극히 부족해 지금 전기트럭 도입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제품은 완성돼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국내에서 인증받아 판매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판매하면 고객 신뢰만 잃게 된다. 글로벌 볼보그룹에서도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 시장에 우선 전기트럭 보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디젤 기관을 대체할 친환경 상용차 도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대형트럭을 위한 충전소 및 정비 인프라가 극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대차도 수소전기 트럭을 국내보다는 유럽에 우선적으로 보급해왔다.
박 대표는 "한국의 고객 90% 이상은 개인 고객이어서 정비 및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기 힘든 환경"이라며 "그렇다고 볼보트럭이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의 경우 운행하는 노선이 정해져 있고 터미널도 있어 회사 차원에서 충전소를 운영할 수 있지만, 대형트럭은 훨씬 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넓은 장소가 필요하고, 고용량·고효율 충전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개인들이 다니는 루트도 제각각이어서 그 어느 차종보다 인프라 구축 난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수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전기상용차 구입시 정부 보조금 프로그램이 완비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박 대표는 이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로 봤다.
박 대표는 "소형트럭이나 버스에 대해선 정부 보조금 제도가 있지만, 대형 상용차 트럭에 대한 보조금 제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정부 입장에선 국내에서 대형 전기트럭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보조금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고, 저희는 보조금이 없으니 전기트럭 출시 시점을 앞당기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국내 시장에 대형 전기트럭을 최대한 빨리 론칭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형 상용차 시장에서의 친환경차 전환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나서서 깃발을 꽂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 차원의 솔루션이 완성될 때까지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순 없는 상황"이라며 "선제적으로 1호 전기트럭을 론칭하기 위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개인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경제력과 규모를 갖춘 업체와 손잡는다면 운영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SG 경영에 관심이 높은 업체들과 이미 접촉하고 있다. 차량 변용 문제, 가격 문제, 유지·관리 문제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선행 조건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다시금 강조했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전기, 수소, 바이오, LNG 등 각 대체에너지를 통합한 '친환경 충전소'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더 나아가 대형 상용차간 호환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대체에너지 충전소를 수소, 전기 나눠 특화할 것이 아니라 친환경 멀티 충전소 개념으로 구축해야 한다"면서 "대형 상용차끼리는 국제표준에 맞춰 브랜드가 달라도 모두 호환해서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비용은 아끼고, 고객 편의는 높이면서 친환경 상용차 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보트럭코리아는 대형 상용차업계도 반도체 수급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만큼 올해 하반기는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현재 직영센터 3곳, 지역 28곳 서비스센터 등 총 31개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야간정비, 24시간 고객 콜센터, 24시간 긴급 출동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대형상용차 시장에서의 수입브랜드 경쟁에서 지난해 연말기준 44.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와 3위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다.
박 대표는 볼보트럭코리아가 스카니아, 만(MAN), 다임러 등 경쟁업체보다 앞서나갈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제품의 우수성 △안전을 강조하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 △가슴으로 뛰는 고객이 먼저 철학 등을 꼽았다. 특히 '첫 번째 고객인 내부 직원부터 만족시켜야 외부고객도 만족시킬 수 있다'며 지론을 펼쳤다.
그는 "볼보트럭코리아를 이끌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내부직원들의 만족"이라며 "내부고객이 만족하지 않는데 외부고객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겠나"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만족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선 다양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갈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말로만 '고객이 먼저다'를 외칠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손발로 성심성의껏 실행해 가장 신뢰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볼보트럭은 유럽에선 올해 3가지 대형 전기트럭 신모델을 출시하며 친환경 체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2018년 개발된 100% 전기구동 '볼보FL 일렉트릭'은 2019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해 현재까지 250여대가 판매됐다. 이는 유럽 대형 전기상용차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수치다. 2020년 12월부터는 미국에도 대형 전기트럭 라인을 판매하고 있다.
◇박강석 볼보트럭코리아 대표는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쌍용자동차 유럽법인 서비스 부문으로 입사해 자동차와 첫 인연을 맺은 후 유럽, 중국, 캐나다, 중동, 아프리카 등 주재원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 경험을 쌓았다. 그사이 쌍용차에서 대우차, GM대우로 소속이 바뀌면서 다방면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볼보트럭코리아에는 2006년 서비스부문 부장으로 입사해 서비스부문 상무, 동부사업본부 전무, 애프터마켓 사업부문 전무를 거쳐 2020년1월 대표이사(CEO)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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