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스 빠진 '현대'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은 아슬란?
현대차도 플래그십 모델 놓고 고민...아슬란, 10월 판매량 375대에 그쳐
- 박기락 기자
(서울=뉴스1) 박기락 기자 = 그동안 '현대'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에쿠스'가 이달초 출범시킨 고급세단 브랜드 '제네시스'로 편입되면서 현대자동차가 플래그십 차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빠지면서 현대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은 그랜저 윗급인 '아슬란'이 자연스럽게 이어받아야 하지만 시장평가와 판매량 면에서 최고급 차종으로서 무게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3824만원부터 시작하는 아슬란은 엔트리 모델이 2933만원인 그랜저와는 800만~900만원 정도 차이난다. 최고급 트림도 그랜저는 3.0 람다엔진을 탑재했지만 아슬란은 제네시스에 탑재된 3.3 V6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이처럼 아슬란이 그랜저와 '급'이 다른데도 '왕좌'를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플래그십으로 내세우기 옹색한 판매량 때문이다. 아슬란은 올 10월 국내에서 375대만이 판매됐다. 플래그십 모델이 각사의 최고급 차인만큼 판매량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같은 기간 경쟁차종인 임팔라가 1771대, SM7이 1323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아슬란보다 그랜저를 플래그십 모델 자리에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출시돼 역사가 짧은 아슬란보다 1886년 1세대 출시 이후 25년 동안 '사장님 차'로 이미지가 각인된 그랜저가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플래그십 모델'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 판매량도 올들어 10월까지 월간 6700대 가량이 꾸준히 판매되는 등 동급 경쟁차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아슬란이 내수 판매를 위한 전략 모델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아슬란은 개발 초기부터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미국과 중국에 미미한 물량이 수출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다.
플래그십 모델이 각 브랜드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표방하는 차임을 감안할 때 아슬란은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그랜저(수출명 아제라) 역시 국내에서는 고급차로 대표되는 세단이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경쟁차종에 대비 고급차라는 인식이 약하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으로 상위 2개의 모델이 빠져나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줄었다. 또 내부적으로 고급차 개발 역량을 제네시스 브랜드에 집중시키면서 2020년에나 에쿠스급 차량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향후 5년 정도는 아슬란과 그랜저로 준대형 세단 시장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판매량이 저조한 아슬란을 단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당분간 아슬란의 상품성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겠지만 판매량을 늘리고 시장의 평가를 되돌려 최상위 고급 세단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플래그십 모델을 놓고 고민 중"이라며 "하지만 표면적으로 아슬란이 최상위 모델인 만큼 상품성 개선을 위한 노력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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