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위기 몰렸던 토요타 세계1위 비결은?…'64년 무파업'의 힘

[노동개혁 골든타임]③ 1962년 '파업권' 반납…위기때마다 노사 '고통분담'

토요타 츠츠미 공장(사진제공=한국토요타자동차)ⓒ News1

(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 토요타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사상 최대인 1023만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판매량은 고스란히 경영실적으로 이어졌고,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폐업위기까지 몰렸던 토요타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가 됐을까. 그 배경에는 64년간 '무파업'을 이어온 노사의 화합이 있었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2015 회계연도(2014. 4.~2015. 3.) 기준으로 매출액 27조2345억엔(약 245조원), 영업이익 2조7000억엔(약 25조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2014 회계연도를 뛰어넘는 것이다. 글로벌 판매량도 1023만대로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계 1위다.

토요타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올해 임금인상 폭은 크지 않았다. 토요타 노사는 지난 3월 입금협상을 통해 기본급을 4000엔(약 3만4000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당초 노조 측은 기본급 6000엔(약 5만4000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보너스를 기본급의 680%인 246만엔(약 2200만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양보했다. 올해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5만9900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사실 토요타 노조는 실적과 상관없이 임금을 동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토요타가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엔(약 9조원)을 돌파했을 때, 노조는 임금인상 대신 60세까지 정년보장을 요구했다. 2004년 당시 1조1621억엔(약 10조44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을 때는 오히려 보너스를 6% 줄였다. 글로벌 전체 실적은 커졌지만, 내수판매가 부진했다는 이유에서다.

토요타-현대차 각 노조의 파업 현황ⓒ News1

토요타가 부진에 빠졌을 때는 임금동결과 보너스 삭감은 노사의 '약속'과 같았다. 토요타는 2008년 제너럴모터스(GM)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판매 1위를 달성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규모 리콜사태가 겹치면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노조는 이듬해 임금협상에서 사측에 임금동결 및 보너스 삭감을 먼저 제안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연봉은 평균 100만엔(약 900만원) 가량 감소했다.

현재 토요타 노사는 서로 양보하는 '운명 공동체' 같은 모습이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토요타 노조는 1946년 설립된 이후 노동조합법 개정반대에 대한 파업을 단행했다. 1947년 4월에는 경영위기를 겪던 회사가 구조조정과 임금인하를 추진하자 전면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노사의 대립이 극에 달했던 1950년 '춘투(春鬪)'에서는 75일간 장기파업까지 벌였다.

1950년 당시 토요타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 되면서 극심한 내수침체에 따른 경영위기에 빠졌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노조 측은 파업으로 맞섰지만, 결국 전체 인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500여명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 결국 사장이었던 토요타 기이치로가 인원삭감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함으로써 노동쟁의는 마무리됐다. 이후 토요타는 노사협의회를 설치했고, 1962년 '무파업 선언'과 함께 파업권을 회사에 반납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64년간 무파업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토요타 노사가 이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고통분담'이라는 상호신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토요타 경영진은 경영위기 속에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 평균 임금을 노동자 평균 임금 대비 3배 이내로 줄이기로 약속했다. 현재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사장의 연봉도 5000만엔(약 4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경쟁업체인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 연봉이 1502만유로(약 188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낮게 느껴지기도 한다.

ⓒ News1

대신 토요타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하고 있다. 토요타의 임금은 일본 제조업 중 가장 높은 편이고, 정년도 2007년 65세로 연장했다. 또 정년을 맞더라도 전문성과 숙련도가 인정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재고용 기회를 제공하는 등 퇴직관리시스템이 철저하다.

이우광 한일산업협력재단 연구위원은 "토요타의 발전은 모두 노사간의 신뢰관계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노조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회사는 노동조건의 향상으로 이에 부응하는 신뢰관계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쉽게도 국내 노동시장 상황은 토요타와 상반된 모습이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자동차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1994년과 2009~2011년 등 4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일으켰다. 현대차의 지난해 1인당 연봉은 9400만원으로 토요타(약 8300만원)보다 1100만원 가량 높았다. 반면 현대차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토요타 일본공장보다 떨어진다. 차량 1대 만드는데 걸리는 작업시간(HPV)를 살펴보면 현대차 울산공장은 31.3시간이지만, 토요타의 경우 22시간이다. 현대차는 토요타보다 연봉은 높으면서 생산성은 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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