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깎아 고용늘린 美자동차 노사 '벼랑끝에서 부활'

[노동개혁 골든타임]②위기닥친 뒤 노동개혁...임금낮추고 생산성 높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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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락 기자 = 2009년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으며 자존심을 구겼던 미국 자동차 산업이 부활하고 있다.

2005년 1600만대를 생산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생산량은 2011년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2013년에는 1560만대를 생산하며 2005년 수준으로 회복하더니 2014년에는 1757만대로 사상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 몰락과 함께 위기에 내몰렸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9년 453만대까지 떨어졌던 미국 빅3의 총 생산량은 지난해 900만대까지 늘어나며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2007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위기에 내몰렸다.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달러화 약세가 맞물려 빅3의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됐다. 당시 GM의 적자규모는 42조원을 넘어섰다. 2000년대 중반부터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 2위 포드를 제치고 1위 GM의 턱밑까지 추격해온 토요타 등 일본차 업체들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위기를 기회삼아 승승장구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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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미국내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 비해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이었다. 2007년 기준 미국 빅3 생산직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연금과 복지비용을 포함해 평균 73달러였다. 일본업체의 48달러에 비해 무려 1.5배나 높았다. 2007년 빅3의 인건비 총액은 86억달러가 넘었다.

생산성도 문제였다. 빅3가 차량 1대를 생산하는데 33.4시간이 걸리는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30.4시간 걸렸다. 1대당 생산비가 미국차와 일본차가 1000달러 이상씩 차이났다. 미국업체들이 생산성을 30시간까지 끌어올려도 높은 인건비로 인해 시간당 비용차를 1대당 900달러까지 좁히기 힘든 구조였다.

이같은 상황이 거듭되자, 세계적인 강성노조로 손꼽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는 고비용·고임금의 덫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노조는 사측이 제안한 이중임금제와 퇴직자 건강보험료 별도 펀드분리 등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특히 '동일업종 동일임금' 원칙을 깨고 이중임금제를 수용한 것은 노조도 그만큼 위기를 절감했다는 의미다.

GM은 2007년 UAW와의 임단협을 통해 신규 입사자에 한해 '이중임금제'를 도입했다. 이중임금제는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핵심 근로자와 비핵심 근로자간의 임금과 연금, 의료비 지원 등을 차등화 하는 방식이다. 신규로 채용하는 비핵심 인력에 당시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평균임금인 시간당 27달러의 약 52~54%에 해당하는 시간당 14~14.6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포드 역시 신규 채용하는 시간제 근로자에게 이중임금제를 적용했고, 크라이슬러도 비핵심 근로자의 시급을 28달러에서 14달러로 절반가량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중임금제 도입으로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들은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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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과 포드는 이중임금제 도입에 그치지 않았다. 두 회사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좀 더 높은 수준의 고용유연성 확보에 나선다. GM은 시급 14달러의 신규 근로자 채용을 늘리는 한편 급여 동결, 생계비·학자금·상여금 지급 중단, 유급휴가·휴식시간 축소, 퇴직자 의료지원 혜택을 축소했다. 포드도 평균임금을 하향 조정하고 성과급과 보너스 지급을 보류했다. 또 의료보험 혜택을 줄이고 휴직자 임금보장제도 폐지시켰다.

GM과 포드의 조치에 일부 UAW 노조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2009년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자 노조 내부에서 위기감이 형성됐다. '회사 생존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노조에서 자리잡으면서 회사의 이같은 조치를 수용했다. 당시 UAW 밥 킹 위원장은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노조를 위하는 것"이라며 "회사와 노조가 대립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말했다.

4년 주기로 진행되는 UAW의 임금단체협약에 따라 2007년, 2011년 협약으로 8년간 유지된 이중임금제는 경영정상화와 고용창출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효과를 거뒀다. 2009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GM은 4년6개월만인 지난해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또 전세계에서 992만대의 자동차를 판매,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포드도 지난해에만 24대의 신차를 출시, 올해 95억달러 영업이익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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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임금제 도입으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신규투자를 위한 재원확보'로 평가된다. 8년간 유지된 이중임금제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던 미국 빅3는 이 인건비로 올해까지 225억달러를 신규투자했다. 또 1만8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UAW가 2011년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맺었던 임단협은 올해 9월말로 끝난다. 이에 따라 UAW는 9월부터 임단협을 시작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노조원들이 희생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간 '노사 공동체'라는 인식이 자리하며 파업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kiro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