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8月의 악몽'…파업·차질·감소 '악순환'

8月 노조파업 4만5000대 생산차질…내수점유율 69.7%로 '뚝'

20일 오후 엑센트와 벨로스터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생산라인이 노조의 파업으로 멈춰서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결렬에 따라 20~21일 1·2조 각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다. 2013.8.20/뉴스1 © News1 노화정 기자

현대·기아자동차는 매년 8월이 되면 신경이 곤두선다. 노조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판매감소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내수 점유율이 5년여만에 70% 이하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987년 이후 올해까지 총 23번의 하투(夏鬪)를 겪으면서 15조원 이상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6일 국내 완성차 5개사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기아차는 내수 시장에서 8만6680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69.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9월 내수 점유율 66.3%를 기록한 이후 59개월만의 최저치다.

현대차는 지난 8월 노조의 부분파업과 잔업·특근 거부로 약 3만5000대의 생산차질을 입었다. 때문에 지난달 판매실적은 4만7680대에 그쳐 전월 대비 19.6%나 하락했다. 기아차도 지난달 노조파업으로 약 1만대의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전월 대비 6% 하락한 3만9000대밖에 팔지 못했다.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지난해 33.5%에서 31.4%로, 2.1%포인트나 떨어졌다.

2013년 8월 완성차 업계 내수 실적(자료제공=각사)© News1 류종은 기자

관련업계는 현대·기아차의 부진이 계속되면 내수시장에서 수입차의 점유율이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산 완성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비중이 약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도 '안방'을 지키지 위해 △디젤 세단 출시 △고객 맞춤 마케팅 △착한 가격 정책 등을 단계별로 진행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매년 여름이면 임금단체협상이 진행되다보니,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피하고 싶은 여름일 수밖에 없다. 임단협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노조파업, 특근·잔업거부 등으로 빚어진 생산차질은 올해에만 1조3136억원(6만6564대)에 이른다. 임단협 교섭이 101일동안 진행된 결과다. 지난 1987년부터 지금까지 23번의 하투(夏鬪)가 진행되면서 현대·기아차는 무려 15조7214억원(133만3912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매년 여름이 되면 노조가 파업을 할지 안할지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며 "올해나 지난해처럼 파업이 장기화되면 그 피해는 회사와 고객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단협이 잠정합의된 만큼 노사가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현대·기아차가 내수 시장에서 주춤하는 사이, 수입차는 점유율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KAIDA에 따르면 8월에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수입차 대수는 1만3977대로, 전체 판매량의 11.2%를 차지했다.

2013년 1~8월 완성차 업계 내수 실적(자료제공=각사)© News1 류종은 기자

수입차의 이같은 성장세는 연비가 높은 디젤차량과 2000cc 이하 저배기량 차량들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때문이다. 지난달 2000cc 이하 수입차의 등록대수는 8311대로 전체 수입차 등록대수의 59.5%를 기록했다. 이는 연평균 점유율인 53.4%보다 6.1%포인트 높은 수치다. 또 지난달 8935대가 등록된 디젤차량의 수입차 점유율은 63.9%로, 연평균 60.8%를 훌쩍 뛰어넘었다.

2000cc 미만 수입 디젤차들의 가격은 2000만~6000만원대로 다양하다. 이는 국산 준중형차부터 중대형차까지 해당되는 가격대로, 수입차의 가격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수입차 브랜드는 저배기량 신차를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지만, 국산차 브랜드들은 신차 계획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입차의 점유율이 11%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이 7~8월 신차를 출시하면서 수입 디젤차량의 판매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최대 수입차 브랜드인 BMW도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 출시를 앞두고 있어 수입차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수입차의 내수 점유율 확대에 대해 "디젤, 하이브리드, 가솔린 터보 등 다양한 차종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뉴 제네시스, LF쏘나타 등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rje3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