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르면 경제 위기?…환율 1500원 가시권에도 코스피 '굳건'

'고환율=코스피 하락' 공식 깨져…주가 상승 이어져
강달러 긍정적 효과 부각…수출주 '실적 랠리' 기대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정지윤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지난 4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1470원대를 터치해 1500원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코스피 지수는 랠리 중이다. '달러 급등=경제 위기 신호'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고환율이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12일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4원 오른 1465.7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1470원대를 터치하기도 했다.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하고 있는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종료 기대감에 달러 강세가 나타났다. 여기에 지속해서 늘고 있는 달러 수요도 환율을 끌어올렸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주식 투자에 개인을 중심으로 한 환전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환율 1500원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달러가 필요한 수입업체들이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환율 급등 때마다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고, 한국 경제 위기론이 확산됐다.

지난 4월 초 미-중 무역 갈등 격화 당시 달러·원 환율이 1487원까지 상승하자, 코스피 지수는 장중 2284.72까지 밀렸었다. 지난달 26일에도 달러·원 환율이 다시 1410원을 넘자 외국인은 5707억 원을 팔았고, 코스피는 2.45% 하락한 바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한국 금융시장에서 환율과 주가의 동반 랠리가 전개됐던 확률은 20% 남짓하다. 나머지는 정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다만 최근에는 환율 급등 충격이 예전 같지 않다. 이날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70원을 넘었음에도 이날 코스피 지수는 4150.39포인트로 1.07% 올랐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넘기 시작한 지난 9월 24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19.53%에 달한다.

달러 강세의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 원화 약세일 때는 수입 물가와 소비자 물가의 상승 압력을 높여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지연된다. 이에 기업들의 대출 비용은 늘고, 소비는 줄어 주식시장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또 외국인들의 한국 자산 매도를 촉진하고, 달러 부채에 대한 부담을 키운다.

대신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이익 마진)은 늘어난다. 1달러의 이익이 나는 물건을 팔았을 때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일 때보다 1400원일 때 200원을 더 얻는 구조다. 원화 10% 약세 시, 수출 기업 영업이익은 5~10%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가 3분기 12조 1661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깜짝 실적'을 낸 데에도 환율 효과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올 3분기 환율 등의 영향으로 11조 383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실적이 개선되면 순매수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화 강세가 수출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투자로 연결되는 셈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환율로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 후 소비도 늘고 있다"며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꼽았다.

다른 관계자도 "1400원을 넘는 환율에 대한 부담이 전보다 덜하다"며 "환율로 수출 기업에 대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