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주식 사는 '스마트 개미'…'사천피' 신기록에도 신중모드
'박스피' 학습효과에 신중하게 접근…'동학개미 운동'때와는 달라
수준 높아진 개인, 증시 거품 우려에 관망세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내 블로그를 절대 따라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스스로 기록하고 공부하며 성장하려는 창구로 사용하려 한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주식초보자도 공부하고 주식하는 시대가 됐다. 지인의 추천만 듣고 '묻지마 투자'하는 것도 옛말이 된 것이다.
자신의 투자경험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주식 블로그' 문화는 일상이 됐다. 본인을 주부로 소개한 한 블로거는 "살림하고 운동할 때 경제 콘텐츠와 라디오를 매일 보고 듣는다"며 "남편과도 투자할 종목에 대한 정보를 카톡으로 공유하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아무도 관심이 없을 때 반도체와 양자컴퓨터 관련주를 매수했다"며 "어쩌다 쉽게 얻어걸린 행운일 수 있지만 5년 가까이 공부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운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주식 스터디와 강좌 수강도 인기다. 직장 동료들과 주식 소모임을 꾸려 2년째 활동하고 있는 30대 최희원 씨는 "처음에는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번 동료에게 정보를 주워듣는 식으로 시작했다 다들 욕심이 생기면서 산업과 종목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며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관심사를 넓혀 함께 임장도 다니며 재테크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주간 국내 베스트셀러 10위권 서적 중 5권이 투자 관련 서적이다.
공부하고 투자하는 문화가 생기며 수준이 높아진 개인투자자는 상승장이라고 무조건 올라타지 않는다. 올들어 지난 6월부터 코스피 지수가 50% 가까이 상승했지만,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8월 한 달을 제외하곤 국내 증시를 모두 순매도 중이다. '국민주' 삼성전자(005930)도 지난달부터 46% 급등했지만, 개인투자자는 차익실현만 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3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10조원 넘게 집중 매수하는 외국인과 상반되는 수급이다. 코로나 급등장 당시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포모(Fearing Of Missing Out·FOMO) 현상이 팽배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코스피 신고가 랠리에도 개인 매수세는 잠잠한 상황이다.
과거 급등장을 겪고 이후 수년째 '박스권' 장세를 견뎌야 했던 경험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1년 7월, 코스피가 사상 최고점인 3305.21을 기록했을 당시 상승세를 이끈 주역은 개인투자자였다. 고점 직전 한 달간 외국인이 1조 2417억 원 순매도하는 사이, 개인은 6조 8736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직전 6개월(2021년 1월 6일~7월 6일) 기준으로도 외국인은 17조 원 넘게 팔고, 개인은 54조 원 이상 샀다. 하지만 그해 연말 코스피 지수는 2000선으로 밀려나, 올해 5월까지 '박스권'에 머물렀다. 국내 증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불신 역시 큰 것이다.
유례없는 급등장에도 미국 증시에서 국내 증시로 '머니무브'하는 흐름이 강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5월과 6월을 제외하곤 미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피가 반등하기 시작한 5월과 6월에 반짝 순매도한 뒤 7월부터는 다시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을 띠는 투자자 예탁금은 57조 원에서 81조 원으로 급증, 코로나 급등장 수준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섣불리 진입하기보다는 관망하는 투자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코스피 상승 추세가 계속 갈 것이냐다. 증권가에선 압도적인 상승률은 '착시'일 뿐 그간 저평가 받아왔던 지수가 이제야 정상화되는 단계란 평가가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여타 증시 대비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 중이지만 23년과 24년 국내 증시가 여타 증시와 달리 조정을 이어왔기에 22년 말 대비 주요국 증시 자산 가격 대비 평균치 혹은 평균치를 다소 밑도는 수준의 상승 폭을 기록 중"이라며 "그동안 국내 경제 둔화와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저평가됐던 국면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는 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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