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범퍼인데 '고무줄' 수리비…과잉수리가 車보험료 올린다
대형손보사 사고 접수 4.3% 줄었지만 대물담보 지급보험금 0.6% 증가
과잉수리·공임 부풀리기에 보험금 누수…손해율·보험료 인상 압력 우려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소형 SUV를 운전하는 A씨는 경미한 교통사고로 앞범퍼를 교체하게 됐다. 처음 방문한 정비업체에서는 앞범퍼 교체 비용으로 90만 원이 넘는 수리비를 제시했다.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고 판단한 A씨는 제조사 직영사업소를 찾았고, 이곳에서는 48만 원 정도에 앞범퍼를 교체할 수 있었다. 같은 앞범퍼를 교체하는데도 정비업체와 직영사업소의 수리비 차이는 2배 가까이 났다.
일부 정비업체의 과잉수리와 수리비 부풀리기 등으로 보험금 누수가 이어지면서 자동차보험 대물 보험금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보험금 누수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려 결국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사고 접수건수는 293만 6000건으로 4.3%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보험 대물담보 지급보험금은 3조 8853억 원으로 같은 기간 오히려 0.6%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대물담보 지급보험금은 사고 접수 건수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대물담보 지급보험금은 8조 530억 원으로 2021년 대비 26.2% 증가한 반면, 대물담보 사고 접수건수는 639만 7000건으로 5.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동차보험 지급보험금은 크게 대인·대물담보로 나뉜다. 대인은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대물은 차량·재산 피해에 따른 수리비와 부품비, 렌트비 등을 보상한다.
문제는 자동차보험 지급보험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대물담보에서 보험금 누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정비·부품·렌터카 업체의 허위·과잉 청구와 보험사의 느슨한 손해사정이 겹친 결과다.
자동차 사고 수리는 통상 소비자가 직접 수리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보험사가 정비·부품·렌터카 업체 등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실제 수리비나 부품비, 렌트비가 적정한지 확인하기 어렵고 허위·과잉 청구를 걸러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자동차 수리비는 사고로 실제 손상된 범위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부 정비업체에서는 사고와 관련 없는 인접 부위까지 수리하거나 작업시간과 공임을 부풀려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또 손상되지 않은 부위를 사진상 손상된 것처럼 꾸며 청구하거나, 견인·정비·렌터카 업체 간 리베이트를 통해 사고 차량을 유치한 뒤 관련 비용을 부풀리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경미한 손상에도 복원수리 대신 부품 전체를 교체하는 점도 문제다. 자동차보험은 경미한 손상의 경우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 복원수리하도록 기준을 두고 있지만, 보험개발원 조사 결과 2024년 국산차 약 369만 건의 수리 가운데 경미한 손상으로 복원수리한 경우는 앞범퍼 약 13만 건, 뒷범퍼 약 11만 건에 그쳤다.
이 같은 허위·과잉 수리가 반복되면 보험금 누수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과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결국 전체 가입자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실제 손상되지 않은 차량 부위까지 불필요하게 수리할 경우 소비자의 재산을 훼손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과잉수리를 막기 위해 관리·감독과 보험사의 손해사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관리법상 정비업체가 과잉 견적서나 명세서를 발급하면 사업정지·과태료 등 행정제재 대상인 만큼 수리비 과다 청구에 대한 당국의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험사 역시 부품·수리비의 적정 가격과 사고와의 인과관계, 파손 정도 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손해사정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손해율 악화에 따른 보험료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물적담보와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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